스프라도 끓여줄 걸 그랬어
며칠 전,
동료와 함께 점심을 사러
회사 앞 샐러드 가게를 다시 찾았다.
나는 평소처럼 샐러드를 골라 계산을 마쳤고,
같이 간 동료는 한참을 망설였다.
속이 안 좋아서, 오늘은 샐러드를 못 먹겠다고 했다.
그때 사장님이 조심스레 물으셨다.
“어머, 동료분은 주문 안 하세요?”
그는 조금 미안해하며 답했다.
“제가 위염이 있어서요… 오늘은 죽 먹으려고요.”
사장님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스쳤다.
“세상에, 위염에 걸리셨어요?
아휴, 내가 알았으면 스프라도 끓여놓는 건데…
요즘은 스프를 안 팔아서, 재료가 없네요.
빨리 나으세요. 아파서 어째.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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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와
또 다른 동료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어? 저도 어제 퇴근길에 그 사장님 마주쳤었는데,
먼저 알아보시고 엄청 반갑게 인사하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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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우리는 또다시 그 가게를 찾았다.
이번엔 점심 마감 직전.
진열대엔 샐러드와 샌드위치 몇 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우리는 샐러드를 하나씩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그 순간,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그냥 다 가져가세요.
오늘 떨이 치우고, 빨리 집에 가고 싶네요!”
그러더니 남아 있던 샌드위치까지
덤으로 담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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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동료가 말했다.
“사실, 처음 그 사장님 봤을 땐
인상이 너무 차가워서
말씀하시는 게 다 립서비스인 줄 알았어요.
근데 오늘도 그렇고, 전에도 그렇고…
다 진심이신 것 같아요.
정말 따수우신 분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