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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24. 2022

11화) 토종씨앗 독립투사의 첫 씨앗 나눔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8~9째 주 (3.29~4.10)



토종씨앗 독립투사가 되어

바로 다음 날이 내가 운영하는 모임 <자립생활연구회> 의 첫 오프라인 만남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씨앗 나눔 준비를 했다. 이것은 마치 붓 뚜껑 속에 목화씨를 숨겨 들여온 문익점의 마음이요, 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운동을 준비하는 독립투사의 정신인 것이다. 이 귀한 토종씨앗이 나에겐 너무 많으니 부지런히 세상에 뿌려 나누어야 한다.


'파'는 특히나 올해 꼭 심어야 한다고 하셨기에(그 해에 심지 않으면 발아율이 확 떨어진다고) 마음이 급하다. 보이지도 않는(깨알보다 훨씬 작은) 씨앗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세어 12알씩, 6알씩.. 나누어 담고 랩으로 조심스레 싸고, 테이프로 마감 후, 이름을 적었다.

가히 눈물 나는 대공정!


하루가 꼬박 걸려 이 대작업을 완수하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살아있는 보석들을 나눌 준비를 마쳤다.

독립투사의 씨앗 폭탄 주머니.

그다음 날. 독립열사의 연설과 설명이 있은 후, 동지들에게 강제 나눔! 막중한 책임감을 서비스로 함께 추가하여, 어깨의 무거움을 한가득 같이 실어주었다.


"동지, 모두의 운명이 걸려있습니다. 반드시 잘 키운 후, 채종하여 대를 잇도록 하십시오!"

씨앗도 나누고, 소소한 물품이나 손수 만들어온 쿠키와 뜯어온 야생초도 나누고, 손가락에 걸어 양말목으로 직조하는 방법도 배우고.. 무척이나 따스하고 즐거웠던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 같은 가치관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란, 이렇게 반가운 것이다. 


손기술을 터득하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자.



플라스틱 음료수 병으로 삽 만들기

아주 단단한 재질로 된 음료수 먹고 난 통이 생겼다. 무슨 요만한 음료수를 담기 위해 이렇게 두꺼운 플라스틱을 쓰는 건지! 망할 기업 놈들아, 책임을 알렸다!


그냥 버리려고 하다가 단단한 재질을 살려, 미니 삽을 만들어두기로 한다. 칼로 비스듬히 잘라서, 절단면이 날카로우니 불로 쉬시식 지진다.

말끔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된 라인들! 이렇게 간단히 미니 삽 완성! 쪼마난 사이즈지만 가볍고 적당히 흙 푸거나 밭 다듬을 때 쓰면 되겠다.


이렇게 의지만 있으면, 사지 않고 얼마든지 재창작할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널려있다.



자라나는 꼬맹이들 현황

토종 상추에서 첫 싹이 텄다! 까꿍.

예전에 심어둔 방울토마토는 하나가 부지런히 자라고 있고,

바질도 아주 느린 속도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싹을 띄우는 중. 굉장히 느린 속도!

양상추 밭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막 뿌려둔 씨앗들에서 아주 작은 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존의 큰 형님들 두 분께서 갑자기 불어나는 식구들에 놀라고 있다.

셋셋 심었는데, 청경채는 한 놈만 살아남아 아직 땅이 드넓다. 청경채와 치커리 모두 새싹을 몇 개 더 발아시켜서 밭을 각각 분리시킬 예정이다.

귀여운 들깨 삼 형제.

쑥쑥 우거져서 푸르르게 자라는 무와 비타민의 새싹들! 너무 많은 씨앗들이 뿌려진 탓에 바글바글이라, 어서 공간을 넓혀서 옮겨 심어주어야겠다는 마음이다.

카모마일 두 형님 옆에 마구 뿌려준 씨앗들에서 애기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어찌나 작은지 겨우 눈에 보이는 정도이다. 귀요미들.

새싹 당근이들!

슈퍼에서 가져왔던 자른 당근에서 난 싹이 이제 많이 힘을 회복했다. 점점 하늘로 몸을 일으키고 있다.

감자를 혹시나 심하게 깊게 심은 것인가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오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생사 확인차, 땅을 파 보았다. 조심조심..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아서 도대체 얼마나 깊이 심은 것이냐 하고 자책을 할 때쯤,

빼꼼! 감자님의 대머리가 보였다! 


무척 슬픈 사실은 조심한다고 했는데, 흙 파다가 분명 잘 나오고 있던 싹 하나가 부러진 것 같았다. 으윽!!! 이게 무슨 참사야. 그렇게 감자가 아직 제자리에 있기는 하다는 생사확인을 하고, 조금 마음이 놓여서 흙을 다시 덮는다. 올라오는데 무척 힘들 것 같아, 위 흙을 조금 덜어내어 높이를 조금 줄였다. 10cm 정도만 되게.


나중에 찾아보니 감자 싹이 올라오려면 1달은 걸린다고 한다. 천천히 기다려봐야지.

토종씨앗들 중에 상추가 제일 빨리 새싹들을 피워냈다! 아주 건강해 보이는 놈들! 상추 밭을 제일로 먼저 마련해야 할 듯싶다. 조금만 기다려라~

파의 꽃은 열심히 무르익는 중! 참 신기하고 놀랍지. 매일매일 파는 변해간다. 아주 정밀하게.  조금씩 끝에서 술들이 나오고 있다.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것, 생명과 우주의 놀라움은 끝이 없도다. 


꽃이 자라고 있느니 부지런히 '식물의 꽃과 수정'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어이구, 식물들 육아 덕분에 정신없이 훈련되고 있구나!


그럼, 왕초보 농부 일지 컨티뉴~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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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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