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늘 Jan 26. 2022

13화) 광란의 2차 씨앗심기와 밭 뻥튀기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9~10째 주 (4.5~17)


광란의 2차 씨앗 심기 : 토종씨앗 전부 완료! (암면배지)


도착하고야 말았다. 드디어. 그것이!

짜잔! 유알매트=암면블럭=인공배지. 아주 큰 것으로 한 판 주문했다. 잘게 잘라서 평생 쓰려고. 하하!

몰랐는데, 뒤늦게 주의사항을 읽어보니 암면의 미세한 분진이 날릴 수 있으니 마스크와 장갑을 꼭 착용하라고 되어있다. 이제까지 좋다고 손으로 다 만졌는데! 몸에 들어가면 역시나 좋지 않은 성분인가! 암면블럭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아야겠다.

어떻게 잘라야 가장 효율적으로 암면블럭을 가장 절약하면서 + 씨앗별로 적당한 크기의 방을 배정해 줄 수 있을지 전혀 계산이 되지 않아, 그냥 대충 잘라본다.

토종씨앗의 가장 큰 형님! 짜잔. 드디어 열어보는 그 놀라운 실체. 검은 땅콩이다. 검정 땅콩 처음 봤지? 두근두근. 


무척이나 큰 씨앗이라 암면블럭에 먼저 심었다가 발아에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은데, 지금 당장 흙 밭을 마련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혹시 모를 실패를 염두에 두어 두 알은 비상으로 남겨두고, 두 알만 심어 본다.

크기에 맞게 암면블럭 크기도 다르게 하여, 애기 침대 배치 완료! 토종씨앗 : (왼쪽부터) 북방 오이, 서리태, 검정땅콩, 강낭콩(무척이나 무늬가 다채롭고 예쁘다), 게걸무이다!

물을 먼저 쭈쭈 적당히 부어주어 침대가 수분을 머금게 만든 후에, (물통은 꿀병을 재활용)

이쑤시개로 씨앗 구멍을 쑥쑥 자리를 충분히 파서 만들어 놓은 후, 쏙 씨앗 넣고, 살짝 안 보이게 덮기!

제2차 광란의 씨앗 심기 현장. 


토종씨앗들 먼저 다 심고, 1차 때 심은 식물 들 중 좀 더 발아시킬 필요가 있는 것들 추가로 심어 본다. 하하! 난 암면블럭 부자니까! 이제 얼마든지 심을 수 있어.

배지가 차고 넘쳐서, 괜히 또 먹고 남은 감, 대추 씨앗도 추가로 심어봤다. 싹이 나와도 고민이지만, 과연 싹이 나올까? 싶어서 관찰에 의의를 둔다.

뿔 시금치, 얼갈이배추, 적겨자, 바질, 북방 오이, 서리태, 게걸무 + 주방 비누 케이스 재활용!

검은 땅콩, 강낭콩, 게걸무 + 반찬통 재활용!

방울토마토, 청경채, 치커리 + 두부 포장재 플라스틱 케이스 활용!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하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은 화분이 될 수 있다.

완성! 이렇게 새로 얻어온 9종류의 토종씨앗들 + 수없이 많은 씨앗들을 순식간에 심어버렸다. 가장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이것들이 크면 과연 얼마나 많은 흙이 필요할 것인지 지금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모르니까 이렇게 무조건 심고 보는 것이다. 




빗물 수집, 옥상 새싹이들 현황

생일 선물로 받은 흙 세 봉다리. (라고 썼지만, 하나는 누군가 잘못 주문해서 비료가 도착) 나는 가장이니까, 어떻게든 이 40리터 흙들을 어깨에 이고 가파른 삶의 계단을 오른다.

이제는 날씨와 하나가 되어 호흡하게 되어 가고 있다. 날씨가 삶을 좌지우지하는 전부이자 배경이다. 기우제를 지내야만 했던 그들의 애타는 심정도 조금 더 지나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물 한 방울, 흙 한 톨이 황금보다 소중한 것이 된지라, 이제는 비가 오기 시작하니, '물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하고 머리를 쓰게 되었다.


모든 통이란 통은 최대한 꺼내고 물통 뚜껑도 열고.. 옥탑방 천장면에서 받아져서 내려오는 하수관이 있으니! 오! 이렇게 좋은 빗물 수집장치가! 어떻게 그 빗물을 모을까 하다가 페인트 빠레트를 끼우니 딱 사이즈가 맞는다. 추후에 저 파이프를 좀 잘라내어 더 큰 통으로 빗물을 모아둘 수 있도록 고쳐보아야겠다.

짜잔! 자동 빗물 수집 완료.

카모마일 새싹이들. 양상추 애기들도 자라나고, 

청경채, 치커리 하나씩 제일 큰 형님.

다음날, 배정받은 새로운 흙 방에서 잘 자리 잡은 상추들과, 치커리와 이름 모를 다양한 풀들의 새싹들.

저마다 모양이 제각각! 잡초라고 베어버리기엔 아쉬워, 최대한 같이 기른다.

이 쥐똥만 한 풀들 뿐인데도, 나름 녹색들이 있다고 벌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바글거리는 풍성한 비타민 밭에 앉은 왕벌이. (저것은 말벌이겠다!)




새로운 방 만들기와 밭 뻥튀기

이제 조금은 능숙해진 애기방(화분) 만들기. 스티로폼 박스, 인두, 흙과 돌, 배양토, 물 모두 준비 완료다.

내츄럴 흙은 화분 바닥면, 돌들 위에 조금 넣어주는데, 뭉쳐져 있는 흙과 돌은 둘 다 딱딱해서 잘 구별되지 않는다. 손으로 만지면서 부시면서 삽으로 고르게 만들어주기. 어느새 흙 만지기가 아주 익숙해졌다.

오늘은 토종 상추 새싹이들을 방 배정!  방 하나(= 화분)를 만들어 줄 때마다, 얼마나 후련하고 기쁜지 모른다. 방 하나를 만들어내기란 이렇게 땅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모두 배정해 주는 날이 기필코 올 것이야.

처음에 어쩔 수 없이 Too Many 씨앗을 뿌린 탓에 '비타민' 밭이 과하게 옹기종이 숲을 이룬지라, 오늘 드디어 그 해결 과업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밭을 하나 더 만들어서, 과밀도 지역의 인구를 강제 이주시켜 적당한 간격으로 다시 재배치. 식물이나 인간이나 인생 중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 (반드시 몸살을 겪고야 마는) '이사'를 시킨 것이다! 그것도 세심하게 한 뿌리 한 뿌리씩 각각 낱개로. 

두둥. 이렇게 뻥튀기된 밭(비타민 제2 부지)이 탄생! 수많은 비타민들 중 겨우 일부만 재배치시킨 것인데.. 정말 많이도 뿌렸었구나!  남은 비타민들이 이것의 10배는 된다.


벌써 날이 어두워져 나중에 다시 이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저 놈들을 그래도 조금 더 넓게 공간을 만들어준 것으로 기쁨 삼고 종료! 오늘의 농사 끝!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옥상 밭과

"흙이 이만큼이나 더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주는, 비어있는 스티로폼 밭들의 압박.

심어지자마자 바로 옥상으로 옮겨진 씨앗 발아소. 우리 집 아이들은 나기 전부터 강하게 크는 것이다.


흙이 없으니, 우선 이렇게 인공배지에 심어서 씨앗 발아 시간을 벌어둔 후, 부지런히 밭을 마련해 가고 있다. 가장은 힘든 것이다. 하루하루 부지런히 흙을 길어오고, 태어날 애기들을 위한 방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라나는 새싹들은 형제끼리 싸우지 않게 또 부지런히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바쁘다. 바빠. 정말 바빠~"의 나날들이지만, 내가 뿌린 씨앗이니 모두 내가 책임을 지고야 말 것이다! 한 존재도 놓치지 않고 다~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나오늘 : 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담습니다

#자립 #생태 #자연 #환경 #채식 #식물 #경험 #관찰 #수집 #기록 #에세이 #글 #그림 #일러스트 #사진 #재미

www.natodaylab.com | @natodaylab | natodaylab@gmail.com

© 2021. 나오늘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12화) 나무해오는 여자와 휴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