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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Jan 29. 2022

16화) 응급환자요~ 뿌리 있는 것은 다 살려야 해!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10째 주 (4.11~17)



깨어나는 새싹들, 그 고유의 본질

게걸무의 새싹이 빼꼼~ 연둣빛과 핑크의 뒤섞임이 예쁘다.

토종 상추도 빼꼼. 첫 떡잎부터 상추의 색을 고스란히!

청경채.

양상추.

당근이.


요놈들도 고유의 모습을 점차 드러내며 쑥쑥 잘 커가고 있다.


완성된 모습만 마트에서 보아오다가, 씨앗부터 어린잎들의 자라남을 관찰하게 되니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그 고유의 모습 - 모양과 색상, 살결 같은 것 - 을 점차 드러내는 것이 무척 신비롭고 재미있다.

콩나물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다. 


경험담 같은 것을 보면, "썩은 콩은 골라내 주어야 해요. 안 그러면 같이 썩어버릴 수 있어요."라고 되어있던데, 나는 역시 그런 것은 귀찮기 때문에 그냥 둔다. 뭐 어떻게든 자랄 것은 자랄 것이다. 강하게 키워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쑥이냐!? 대혼란

이곳은 쑥 밭. 처음에 2 줄기를 입양해서 한번 심어보고 나서, 산에 갈 때마다 몇 개씩 좀 더 추가 입양해서 점점 자리가 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져와서 보니, 쑥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모양이 서로 꽤 다른 것이다! 충격을 받고, 도대체 무엇이 쑥인 것인지.. 한참을 인터넷의 사진들을 찾아서 비교해보고, 사람들에게 모두 사진을 보내 구별을 의뢰했으나.. 모두 답이 다르고 명확하게 정답을 얻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쑥인지!

1번째 입양 쑥과 2번째 입양 쑥 (각각 2개씩, 잎 앞면)

1번째 입양 쑥과 2번째 입양 쑥 (각각 2개씩, 잎 뒷면)

1번 쑥 (이라 생각해서 국을 끓여먹었던 이것)은 분명히 쑥 향이 진하게 난다. 그래서 의심도 하지 않고 쑥이라 가져온 것인데.. 


나무같이 위로 확실히 뻗은 좀 더 딱딱한 줄기에서 사방으로 하나씩 곧고 예쁘게 잎이 난다.

2번째 입양한 이것은 뒤의 하얀 솜털이 더 확실하다. 가져와서 보니 1번과 줄기 색도 다르다. 보랏빛이 나고 사방으로 퍼지는 형태 (힘 없이 약간 흐믈흐믈 거리는)다. 모양은 이게 더 쑥 사진과 비슷한데, 향은 그리 나지 않는 느낌이다.


정말 도저히 모르겠어서 '쑥'관련 책을 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어떤 분이 "둘 다 쑥이고 종류가 다른 것 같아요."라고 해주셔서, 번쩍 생각이 트였다. 콩도 수만 가지의 모양이 있는데, 어떻게 쑥이 다 똑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쑥의 범위란 넓고도 넓은 (종류가 무척이나 많은) 것일 텐데,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한 한 가지 모습 만을 찾으려 했다니. 아직도 긴가민가 확실치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종류가 다른 쑥'인가 보다.라고 잠정 생각하고 있다.


혹시 쑥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 식물 애송이는 이렇게 모르는 것 천지이니까.


어쨌건, 난 1번째 것을 이미 먹었고 다행히... 아직 죽지 않았다.


* 한참 후에 알게 된 정답 : (힌트) 둘 중 한 가지만 쑥이었다! 그럼 과연 내가 국 끓여먹었던 것은 쑥이 맞았을까? 두근두근. 정답은 추후 공개!  




뿌리 있는 건 뭐든 살려야 해


오마. 양파를 사러 갔다가 새싹이 올라오려는 놈이 있어 또 구제.


먹거리 중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양파'와 '마늘'인데, (언제든 빠지지 않고 꼭 먹는, 많이 필요한) 정작 그것들을 심지 못했다. 무엇을 심어야 하는 것인지도 아직 공부하지 못했다.


이 양파가 싹이 나서 다시 내가 먹는 부분인 양파를 만들어내진 않는 것 같지만, 어쨌건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기 위해 싹이 올라오는 것이리라. 우선은 물은 주면서 시간을 벌고, 양파와 마늘 식물 개념에 대해 공부해보아야겠다.

이제 아주아주 조금 식물 개념을 알게 되니, 마트에 가서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계속 살릴 수 있는 것! (뿌리가 있는 것, 혹은 씨앗)과 1회 성으로 먹으면 땡인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할인 매대에 윗부분이 시들해진 쪽파들이 900원으로 올려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응급실에 누워있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환자로 느껴졌다. "어서 구해야 해!" 하며 다급히 생명 구출.

하하하! 이렇게 야밤에 황급히 구해온 응급환자를 심폐 소생하면서 예정에 없던 쪽파의 방을 만들어 준다. 돌 깔고, 흙 깔고, 물 붓고,

짜잔! 응급실 환자 산소호흡기 착용 완료!


며칠 만에 다시 흙에 꼽힌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의 끊어져가는 생명을 내가 계속 살려서 이어줄게. 응급환자의 지친 머릿결이 삼발이다.

파 형님들이 야밤에 입양된 쪽파 동생들 등장에 깜놀.


이렇게 난데없이 파 섹션이 만들어졌다. 쪽파가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900원으로 무한한 쪽파 밭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냉장고가 없는 삶'의 멋진 점이다. 계속 살 수 있건 없건, 구분해 볼 생각조차 못하고 차가운 냉장고(영안실)에 모든 음식을 넣어 놓고 1회용으로 먹고 끝내버리던 삶에서, 가장 싱싱한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보관'을 할 수 있는 삶으로의 전환!


이렇게 계속 가족이 늘어가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도 아니고, 이로써 나의 '식물 보육원' 어린이들 가족 수는 이로써 '31'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몇 가구까지 될 것인가!

오늘 입양해온 쪽파를 한 놈은 뿌리째로 한번 먹어보기로 하고. 맛있는 고추장찌개에 살아있는 쪽파가 쏙!


그렇게, 너는 내가 된다.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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