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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Feb 06. 2022

24화) 식물 보육원 입소 어린이 현황, 가족수 37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12째 주 (4.25~5.1)


나오늘's 식물 보육원 입소 어린이 현황


그렇다.


순두부보다 못한 뭉글뭉글 '살생 금지' 원장이 보이는 모든 씨앗, 뿌리, 꽃은 죄다 심어버린 바람에 입소 어린이의 가족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버렸다.

'난생처음 해보는 식물(식량) 기르기인 만큼, 몇 가지 종류만 딱 3알씩 심어서 관찰해야지!'라고 포부를 가졌던 처음의 계획과 달리, 현재 가족수가 37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놈은 <사람과 - 나오늘> 어린이이다.


먹기는 무지하게 많이 먹는 것이(시도 때도 없이 먹여야 하고), 말은 제일로 안 듣는다. 그래도 힘은 세서 다른 어린이들 이불 덮어주기 등 필요한 일을 쬐매 하긴 한다. 그래도 '사람과'는 어쨌든 키우기 어려운, 귀찮은 존재다.

오늘도 눈 뜨자마자 보육원 순시. 햇빛을 가렸던 뚜껑을 열어두자마자 금세 푸르름을 찾아가는 비타민 새싹들! 쑥쑥 자란다. 


순시의 순서는, 가장 큰 형님 ZONE부터. 최고참 파 형님 댁부터 방문하여 문안 인사를 드린다.

어마나! 오늘은 놀랄만한 변화가!


파 꽃이 겨우 1개 피었기 때문에 벌이 과연 이 꽃까지 찾아와서 놀다 갈 수 있을까? 싶어 확률상 수분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글쎄 파 꽃 아래 열매랄까? 씨앗 봉우리랄까? 들이 몽글몽글 튼실하게 맺혀있는 것이다! 다른 꽃들이 없어도 바람만으로 이들 안에서 서로 충분히 수분될 수 있는 것인가?

이 녹색의 주머니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씨앗을 만들어 땅에 떨구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흥미진진한 생명의 바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겨우 몇 송이만 피워냈던 옆의 파에서도 알이 맺혔다! 그렇게 힘겹게 애를 썼는데, 성공한 것이다. 단 몇 알일지라도 끝끝내 만들어내었다.

파 꽃 변화에 심히 감탄을 하고, 그다음 다른 아이들 순시. 마늘, 쪽파들도 이제 이 보육원 방에 잘 적응해가는 듯하다.

8개의 토종 상추도 무럭무럭. 옆의 세입자 비타민 군단들도 열심히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오! 상추를 누군가가 맛을 먼저 보았다. 이런 찢김 흔적은 새들이 쪼는 것이겠지? 한 번씩 쪼아서 맛을 보아보는가 싶다.

오와 열로 옮겨 심었던 비타민이들. 어찌나 풍성하고 탐스럽게 자라라는지 모른다. 비타민이 밭들을 보면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아주 튼실한 녹색 빛들이 아름답다.

청경채 씨앗들도 하루가 다르게 나비로 성장하고. 바로 옆 방엔 치커리의 새로운 새싹들이 한 바가지 자라고 있다. 추가로 흩뿌려놓았던 씨앗들이 꽤나 많이도 자라나 버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애들이 자라남에 따라 방의 개수가 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할 것임이 암시되는 대목이다.

치커리와 어린 모습이 비슷한 양상추. 하지만 색깔이 확실히 다르다. 치커리는 좀 더 진 녹색, 양상추는 연둣빛.

개미들도 이 낯선 행성에서 용케 살아남아있다.


갑자기 바뀐 세상의 혼돈 속에서 초긴장 상태로 '살아남기 위해' 샅샅이 이 행성 탐사에 전력을 쏟고 있는 중일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더 먼 곳까지 죽기 살기로 탐험하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세계를 재건축할 것이다.


아직까지 이곳은 쉴 새 없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창조의 혼돈기이다. 스티로폼 박스(대륙)들이 하루아침에도 수십 번씩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사라졌다가 생겨났다 한다. 이 카오스의 세계에서 개미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도 꾸준히 관찰해볼 것이다. 세상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 바로 이 옥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씨앗 추가를 가장 뒤늦게 한 적겨자 밭. 


새싹들이 솟아나고 있는데 이 적겨자 들은 무언가 건강치 못한 느낌이 든다. 잘 자라고는 있다만, 떡잎이 기형적 모양이 많은 것이다. 양쪽 대칭의 예쁜 나비 모양이어야 정상일 텐데 떡잎이 한 덩어리가 더 붙은 3쪽 모양이거나, 2장이 아니라 3장이 나기도 하고.. 무언가 돌연변이가 많아 꺼름칙함과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씨앗들에 어떻게 장난을 쳐놓은 것인지 종자회사의 농간이 괘씸하기도 하고. 그다음 대가 만약 이어진다 해도 과연 정상 떡잎들이 나올까? 걱정까지 되었다.


어쨌든 올해는 잘 키워보고, 겨자도 언젠가 토종씨앗을 구해서 건강한 놈들로 키워내야겠다.

토종 게걸무 5형제! 이 게걸무들이 원래 그런 것인지, 요놈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양쪽 잎 모양이 다르다! 하하, 뭔가 재미있네! 한쪽은 물결무늬 무잎 모양을 띄는데, 반대편 하나는 매끈한 타원형 모양. 계속 지켜보기로 한다.


기존의 무들과 게걸무의 다른 점들도 관찰해보고 있다. 성장 속도 면에서 게걸무가 월등하게!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떡잎도 아주 크고 건강한 놈들이다.

음~ 기분 좋은 감자 밭. 잎들이 크고 무성해서 유일하게 숲의 느낌을 주는 밭. 감자 잎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아야겠다. 독성분이 가득 담겨있을 텐데. 장군의 느낌으로 아주 튼실하게 자라나는 토종 자주감자들이다.

이름 모를 다른 풀들과 함께 잘 자라나고 있는 당근의 새싹들. 당근의 본 잎 모양은 참으로 아름답다. 맛도 좋고!

씨앗 껍질에서 벗어나 땅 위로 솟구치는 강낭콩의 파워.


요즘 계속 비가 연달아 내려서 걱정이었는데, 달래의 잎들은 수분 과다 일지 어쩐지 썩어버렸다. 그 속에 피우려고 준비 중이었던 꽃이 있는 것 같았는데.. 안타깝다. 이것도 뽑아내지는 않고, 어떻게 되는지 그대로 관찰해보기로 한다. 

돌나물 끝에서는 새로운 모습이 형성되고 있다! 이것이 돌나물의 꽃인가 보다. 분화 (계속 같은 모양으로의 나뉘면서 복제되는 것)의 절정을 보여주는 돌나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기하학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이다. 저기서 꽃이 피는 것인지, 암술 수술이 생겨나는지? 궁금하다. 계속 지켜보아야지.

꺄!!!! 무척이나 오랫동안 깜깜무소식이라 낙심하였던 라벤더 방에서 드디어 딱 하나의 새싹이 솟아났다. 찾기도 힘든 아주 작은 녹색의 빛. 흑흑.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찾아보시오.)

똑같이 깜깜무소식이었던 로즈마리 방에서도 딱 하나 아주 작은 새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같은 날, 올라오다니. 씨앗은 언젠가 결국 기지개를 켜긴 켜는구나!


새싹이 하나 땅 위로 솟아 발견되는 그 순간은 참으로 신이 난다. 아무것도 없던 깜깜한 방에 생명의 빛이 켜지는 것이다.




심고 또 심는다!

오앗! 아침에 일어나 인큐베이터부터 들여다보니, 글쎄 완두 콩이 하나에서 뿌리가 뿅! 하나가 움직였으니, 썩이기 전에 그냥 바로 심어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완두콩 4알은 자리가 모자라 3알만 심는다.

이제 밭 만들기가 꽤 익숙해졌다. 망사 깔고, 돌 깔고, 애기 돌 깔고,

적색 진짜 흙들 조금 넣고, 위에는 배양토 가득! 이제는 씨앗 부분들만 땅을 높여서 언덕처럼 만들어 흙 양을 당장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까지 발전했다. 나머지 부분들은 필요할 때 더 채워 넣으면 되니까!


비올 때 온갖 용기에 뚜껑을 열어서 물도 자동으로 받아쓸 줄 알게 되었고!

씨앗 심고, 물을 뿌려준 후엔 습기 보호를 위해 나뭇잎 잘게 비벼 부순 것과 작은 돌들 뿌려 이불 덮어주기까지! 이렇게 무언가를 덮어주니 확실히 옥상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습기가 확연히 보호되는 듯싶다.

옷! 그다음 날, 건강한 콩들답게 하루 만에 토종 서리태(검정콩) 발아가 시작되었다. 목화씨는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깜깜무소식.. 또 밭을 추가 만들어 두 알을 심어주고!

새들이 갖고 놀다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예쁜 씨앗 하나가 떨어져 있길래... 뭔지 모르지만 이것도 심어주어본다. 하하! 그냥 다 심는 거야.

토종 뿔 시금치도 꽤 오래 암면블럭 안에 있었는데, 꺼내보니 미동조차 없다. 다행히 썩지는 않은 것 같아 모두 꺼내 그냥 흙에 바로 심어주어본다. 언젠가 알아서 나오겠지!

토종파들이 쑥쑥 자라나고 있어 마음이 급했는데, 오늘에서야 방을 마련되었다. 아주아주 작고 귀여운 미니 파. 새싹부터 파의 모습을 그대로 고스란히 갖고 있다. 드디어 파들 방 배치 완료. 어휴 마음이 시원!

마트에서 사 왔던 양파가 싹이 났길래 물에 담가 놓았었는데, 한참 되니 뿌리가 썩으려고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요놈들도 흙 방을 부여했다. 하나가 분화되어 쪼개니 세 쪽으로 나누어졌다. 하나가 3개가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뻥튀기로다!


이렇게 양파 밭도 무사히 완공! 이것을 지금 이렇게 심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녹색의 잎이 하늘을 향해 뻗어 올리고 있으니 모두 원하는 대로 해주어 본다. 이렇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 것이겠지? 


가족 수가 많다 보니 순시에 꽤 많은 시간이 든다. 그래도 하루하루 생동감 넘치는 이 옥상 세계를 관찰하면 얼마나 재미난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방이 배정되면서 마음의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제 진짜 어머니 햇살이 모두를 키워줄 것이다.

이렇게 뻥튀기처럼 날마다 불어나고 있는 자연 냉장고.


앞으로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올해의 이 경험은 중요한 배움의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부지런히 육아 공부를 하여 성장 속도를 따라가야겠다.


그럼 이번 보육원 리포트는 여기까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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