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오드 Oct 28. 2020

코로나19시대, 첫 1학년이 되었습니다

초1 라이프

4월 말이 되어서야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도 처음이고 '온라인 개학'도 처음인, 2020년에 1학년을 맞이한 우리 집 첫째의 이야기다.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꾸었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 일어난 듯했다.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주 2회 등교에서 주 5회 등교로의 전환은 감격스러웠다.(아이가 3시간만 학교에 가더라도 집안은 정상화가 된다!)


1년을 통틀어 매일 학교를 갔던 날은 3개월이 채 되지 않지만 그나마도 감사했던,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이제는 등교마저도 요원해지고, 오전 오후에 열리는 화상(zoom) 학급 모임을 기다리는 그런 1학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TV도 없고, 거실 소파도 없는 우리 집의 교육방향(?)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본인이 원할 때 시킨다>


이제 갓 1학년에 입학하여 학령기의 첫 단계를 지나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남편이 하는 말이다.

학교를 마친 뒤 시작되는,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오후 일과를 책임지는 학원 풀코스)는 우리 집에 없다.


8시 30분 등교했던 아이는, 아침 먹고 치우고 엄마 숨 한번 돌릴라 치면 하교를 한다.


집에 오면 닌텐도를 하면서, 집을 나서며 장착한 바르고 착한 아이의 옷을 벗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월요일은 마리오 오딧세이, 화요일은 루이지 맨션, 수요일은 별의 커비, 엄마 알겠죠?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루이지 맨션 하는 거예요~>


공부도 저렇게 계획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학부모 마음은 다 같을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게임에 빠져 공부를 안 해요.>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진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게임만 생각하지, 다른 걸 할 생각을 안 해요.> 언젠가 이런 말을 하면서 아이 걱정을 하고 있으려나.


사실 이런 생각이 들게 된 건 소소한 모임의 여파다.

모처럼 일요일, 10월에 함께 태어났던 2명의 친구가 있는데, 주말을 이용해 오랜만에 세 가족이 모이게 되었다. 생일 비슷하게 시간도 보내고, 가을바람도 쐬고.


<이번에 학교에 영어 말하기 대회가 있어서 그거 준비하고 있어요, 학원에 말했더니 지도는 가능한데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이사오며 발레학원을 옮겼는데, 전보다 선생님이 좀 엄격한 타입이라 분위기도 입시위주고, 아이가 가긴 가는 데 가고 싶어 - 하면서 가는 게 아니라 신경은 쓰이네요.>

< ... >


보통의 흔한 대화들, 아이를 등교시키고 학교 앞 카페에서 아침잠을 깨우는 커피 한 잔과 함께 들려오는 옆 테이블 엄마그룹들의 대화들이 이랬었나. 사교육이라는 한 번도 보내본 적 없는 나는 겉으론 공감하는 척하며 앉아 조용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즐거웠던 그날의 만남과는 별개로 마음 한 켠으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기본 돌봄만으로 엄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도 되는가, 하는 자괴감 비슷한 것이 들었다.


한국 교육 트렌드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조부모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럼 우리 아이 1주일은 어떻게 보내나.

주중에는 바둑과 과학실험교실 두 가지 방과 후 활동을 하고, 방과 후 없는 요일은 인근 경륜공원이나 온천천(생태하천)에서 킥보드를 타거나, 인근대학교 교정에서 산책을 한다. 귀가하면 닌텐도를 꽤 열심히 하고, 잠들기 전 일기 쓰기, 연산력 수학 문제집 몇 장을 풀면서 뿌듯해한다.


주말에는 아빠와 각각 33리터, 18리터 배낭을 메고 등산을 간다.

여름 끝자락부터 시작한 주말 등산이 어느새 17개 봉우리의 기념사진으로 남았다.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등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북문에서 동문까지 능선을 넘어 6시간 후에 귀가하거나, 비 오는 날에도 기어코 나서는 부자를 보고는 세 번째 등산부터는 고기반찬과 갓 지은 밥을 담은 등산 도시락을 싸서 가방에 넣어주었다.


등산을 나서는 남편의 요지는 이러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일에(학업) 동기부여를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체력과 태도가 중요하다. 등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한다. 이 또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린 갑니다~> 라며 홀연히 떠나는 남편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육아관이란 저런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좋게 생각하자는 마음이 아이가 쓴 노트 속의 단어들, 많이는 많니로, 같이는 가치로, 싶었다는 십어따로 적은걸 보면서 이렇게 지내는 게 맞나, 내가 틀렸나?로 역전되기 일쑤다.


아이를 보면 게임할 때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고, 동생과 자유 놀이할 때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거실과 방을 종횡무진하며, 일기 쓰기 성실함은 칭찬해주고 싶고, 연산 수학도 쉽네, 벌써 다 풀었어요 하면서 자신감 충만인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무시무시한 12년의 대장정의 출발점에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야 마땅한지.

오늘 밤도 갈팡질팡, 엄마 맘은 요동을 친다.


주중에 닌텐도를 즐겨하지만, 주말은 등산을 가는 초등학생 1학년의 라이프.








 

작가의 이전글 5000-30 방 세 칸인 집을 찾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