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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Nov 22. 2020

독후감 쓰는 엄마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많은 분들과 다르지 않지만, 주로 독후감을 쓴다. 많은 형식의 글 중에 왜 독후감이어야 할까?


오래전에 끊은 습관처럼 글쓰기도 멈췄었다.

뱉어낸 대로 쓴 글에는 푸념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힘든 괴로움의 감정들 뿐이었다.


다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오래도록 마음속의 이야기를 묻어버린 후라 진부한 표현의 반복인 여백 채우기 뿐이었다.


글은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스스로를 연마하는 과정이 내게는 독서이며, 그 독서를 소화시키는 것이 독후감이었다.


독후감을 쓰면서, 나는 이 주제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날들이 많았다. 이성의 날이 무뎌진 느낌이 들었다. 날을 다시금 다듬는다는 느낌으로.


독후감도 일단은 시작은 쉽지가 않은데, 한 책을 읽고 나면 1주일 동안은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운을 뜰까?


삶의 불안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는 불현듯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에 대해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유럽 도시기행을 읽었을 때는 콘텍스트에 대한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기에 피카소의 큐비즘(입체주의)으로 운을 띄었다.


머릿속에 흩어지는 이야기들의 짝을 찾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고 떠올리며, 둘을 매칭 시켰다. (독후감 세계의 듀오랄까)


글 쓰기를 시작하며 주어진 주제 없이 글을 쓰기는 더 어려웠다. 소재라도 누가 던져주었으면, 구체적인 형식이라도 제안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반영하여 일단은 독후감을 썼다.


아이들 여름방학기간 씨름했던 첫 독후감은 슬픈 고배를 마셨고(로또 구매 후 일주일 내내 1등 당첨되면 어떻게 하지? 심정으로 지냈던 날들) 그와 상관없이 또 독후감을 써서 마감 소인을 찍어 우편으로 보내고, 그리고 또 서두도 시작 못한 독후감 한 편을 마음에 지니며 지내는 중이다. (눈뜨면 매 번 출발선인듯한 내 글쓰기)


나에게 독후감이란, 아이 숙제를 대신하여 주는 것도 아니고, 교양수업 문장의 이해와 표현의 과제도 아니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쓰기의 감각을 깨우는 것,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 작가의 말을 가져온다면,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_(<책은 도끼다>  ‘울림의 공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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