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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광장 Dec 30. 2023

비를 맞으며 추는 춤은 짜릿하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장마철도 아니고 농사에도 별 도움도 안 되는 비다. 춥다. 열어놓았던 창문들을 모두 닫았다. 가끔은 비가 내리는 날이 좋다. 비멍을 즐긴다.     

움직임이 많은 날에 오는 비는 반갑지 않다. 귀찮고 번거롭다. 막상 나가면 그런대로 다닐만하다. 나가기 전까지 마음이 번잡스럽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갑자기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정말 나가기 싫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해서 나가보면 집안에서 생각했던 만큼 나쁘지 않다.  

   

아마 두 경우가 생길 것이다. 한 사람은 어차피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어찌 하겠어 즐기며 할 일이나 하자. 또 한 사람은 왜 이리 운이 없는 걸까? 이렇게 비가 오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나올 수밖에 없다니 난 참 재수가 없어.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상상이 될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마음의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달라진다.   

  

나는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지만 이에 대한 불만이나 원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되레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 못한 길을 어렵게 걸으면서 나름 즐긴 부분도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한 계단씩 오르면서 나만의 쾌감을 누렸다. 한 계단 첫 걸음을 뗄 때는 두려움, 귀찮음, 불안 등의 감정으로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 첫걸음을 내디딘 후에는 불안 같은 감정이 거의 사라진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즐겁게 할 수도 있고, 불만과 두려움으로 엉망진창으로 일을 끌고 갈 수도 있다. 그 상황에 뛰어들지 않고 상상만 하면 불안하고 불만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일단 뛰어들어 보면 일장일단이 있고 할만하다. 

    

어떤 일이 하고 싶거든 상상만 하지 말고, 일단 뛰어들자. 뛰어들면 방법이 보이고, 용기도 생긴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는가? 비가 쏟아지는데 지금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하라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꺼이 밖으로 나가서 비를 즐기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비를 맞으며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비 맞은 중처럼 중얼대며 흥겹게 일할 수도 있다. 비를 맞으며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미친 사람 아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는 춤을 춰야 하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비가 온다고 춤을 멈추고, 눈이 온다고, 춥다고, 덥다고 춤을 멈추다 보면 춤 실력이 언제 늘겠는가? 비가와도 춤은 계속 춰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일단 시작해 보자. 비가와도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 나가보면 춤을 출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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