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자 Jan 25. 2024

    홍천 나들이

주말에 1박2일로 홍천에 갔다 왔다. 20년 전 직장 동료가 퇴직 후 홍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함께 한 4명은 20년 전 직장에서 만났지만 1년 하고 그만둔 사람, 1년 6개월 하고 그만둔 사람, 9년 하고 그만둔 사람, 18년 하고 퇴직한 사람들이다.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하다. 단 1년 함께 일을 했는데 20년이라는 세월을 만나고 있다. 20년을 한 직장에서 일을 했지만 정년 이후 서로 모르는 사이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소중한 인연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4년 만에 만났다고 해서 어색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홍천까지 가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집주인은 3년 전에 집을 짓고,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와 볼일을 보고, 주중에는 다시 홍천으로 내려와 지내고 있단다. 버스가 하루에 2번 있을 정도로 시골에 위치한 적절한 크기에 아름다운 집이다. 한 동료가 준비해 온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우리가 좋아하는 술 파티는 새벽 3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우리의 이야기는 20년 전으로 갔다가 3개월 전으로 왔다가 슬픈 얘기, 즐거운 얘기 등으로 이어졌다. 

    

4명 중에서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나는 내일을 위해 중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동료와 함께 아침 산책을 했다. 국유지라고 하는데 산세가 좋다. 이런 곳에 자그마한 집을 장만하고 서울을 오가며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홍천강으로 흘러가는 냇가로 나갔다. 냇물이지만 제법 깊은 곳도 있고, 맑았다. 나는 미끄러져 본의 아니게 물에 빠졌다. 창피하다는 생각에 재빨리 일어나 물가에 앉아 옷을 말렸다. 지금 생각하면 이왕 빠진 거 수영까지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오가는 길에 대추도 따먹고, 길가에 떨어져 있는 알밤도 주웠다. 지금도 대추 맛을 떠올리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시내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귀가 준비를 했다. 돌아오려고 하니 왠지 아쉬웠다. 적어도 2박 3일은 머무르며 이 산세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고고.  

   

홍천 시내에서 닭갈비를 맛나게 먹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우리는 다시 차 안에서 웃고 즐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동안은 코로나로 서로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며 살자고 했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살다 보면 1년에 한 번도 못 만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며 사는 사람은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년에 해외여행을 가자고 날짜를 잡다가 중간에 포기한 상태다. 서로 이런저런 이유로 날짜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제 50대이므로 직장, 가정 모두 바쁜 시기이다. 아무튼 내년에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두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가 모여 나의 삶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