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공포증
어째서 나쁜 소식은 꼭 전화로 오는 걸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벨소리 하나로 일상이 뒤집힌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른다.
한때는 참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일하는 중에도,
밥을 먹는 중에도,
자주 전화를 걸어왔다.
“밥은 먹었냐.”
“지금 어디냐.”
처음엔 그런 저런 안부였지만,
점점 그렇지 않은 말들로 바뀌어 갔다.
술을 마신 날이면
내가 일하는 중인 걸 뻔히 알면서도
몇십 통씩 전화를 걸었다.
안 받으면 또 메시지가 쏟아졌다.
“너는 내가 쉽냐.”
“무시하냐.”
"내가 잘해볼게."
그런 말들이 화면에 줄줄이 떠 있으면
가슴이 턱 막혔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부재중 전화가 스무 통, 서른 통.
누군가에겐 그냥 숫자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공포였다.
그 이후로,
내게 전화란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게 됐다.
그건 언제든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예고음이었다.
나는 지금도
전화가 울리면,
그 순간 몸이 먼저 굳는다.
처음 전화벨이 울리고
왜 전화했는지 상대가 아직 말을 꺼내기 전,
그때가 제일 견디기 힘들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아이들의 전화도 그렇게 느껴졌다.
일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을 때,
부재중 전화가 몇 통씩 쌓여 있으면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혹시 무슨 일?
혹시 다쳤나?
혹시 집에 무슨 일이?
그런데 막상 급하게 다시 전화를 보면
“언제 와?”
“심심해서...”
별일 아닌 이야기다.
아무 일 없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진짜 ‘그냥’이 아니었던 건 내 마음이었다.
겁이 난 거였다.
그건 늘 무언가를 지켜야해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의 분노였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전화기 소리에 그렇게 놀라면서도,
전화기를 늘 가까이 둔다.
무슨 일이 생기면,
혹시라도 내가 모르고 지나칠까 봐.
누군가 나를 부르는데,
그걸 내가 듣지 못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불안하면서도,
멀리하지 못한 채,
늘 가까이 두고 산다.
참, 그러고 보면
나에게 전화란—
두렵지만,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멀리하고 싶지만,
끝내 외면할 수 없던 것.
나의 일상을 무너뜨리던 것이지만,
어쩌면 또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까 봐
놓지 못했던 것.
불안과 책임,
공포와 사랑 사이에 서서
두려운 마음을 붙잡은 채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 시절을 지나왔지만,
나는 여전히 전화벨 소리에
과거로 반응한다.
그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그 시절은 이제 없지만,
그 시절의 감각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이런 생각도 든다.
그때 그 전화기를 들고 있던 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홀로 애쓰던 사람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