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쌤 Dec 13. 2017

남산순환나들길

일상 속 여행

남산순환나들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그 중에서도 차가 다니지 않고 평탄한

북쪽순환로(국립극장~케이블카)는

봄철 벚꽃 나들이는 물론,

가을에 울긋불긋 낙엽을 즐기며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여의도 등 다른 이름난 지역에 비해
상춘객이 많이 몰리지 않는 장점이 있어,
복잡복잡한 곳을 꺼리는 내 취향에도
그럭저럭 맞아떨어진다.

10년간 회사원으로 지내는 동안

봄꽃구경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사실 올해도 그렇게 넘어가려나 했는데,

지인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에

마침 벚꽃이 절정인

남산을 한바퀴 돌아보고 왔다.


남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은

명동, 이태원, 동대입구 등지에서

미어터지는 버스를 타고

서울타워를 찾는 방법을 택한다.

때로는 걸어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산을 만나면 꼭 정상을 밟아보고

내려와야지 직성이 풀리는

한국사람의 특성탓일게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

트래킹이나 산책을 즐기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이곳 남산순환 나들길도 주목받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쪽 순환로를 좋아한다.

남쪽과는 달리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통행이 금지되어,

온전히 '걷기전용' 도로인 점이 마음에 들고

경사도 거의 없고,

푹신푹신한 소재로 포장되어 있어,

걷기에도 딱 좋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졌다가,

추워지는 바람에

개나리와 벚꽃, 목련을 같이 구경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남산 남쪽순환로나 여의도는  

이미 지난 주에 만개하였던 벚꽃도

북쪽 순환로 장충단공원, 국립극장 주변에서는

이제 한창이었다.


몇 해 전 가을에

회사 사람들과 남산에서 점심을 먹고

이 길을 걸었던 적이 있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을 왔구나 했었는데...

그 중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나온

인근 회사의 넥타이부대들이 눈에 띄었다.

"아~ 이 사람들은 정말 좋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아무리 회사가 가깝다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걸어오는 거리가 만만치 않을텐데,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일상에서 산책을 즐기는 그 회사원들이

멋지고 훌륭하게 보였다.

 

굳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남산이라는 큰 센트럴파크를 옆에 두고 있는

서울시민들은,

복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일상에 쫓겨

그 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교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