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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Dec 01. 2017

퇴사 후 교토

퇴사 후 여행

7년간 다니던 회사와 작별하고,

바로 그 다음날.

일본 간사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의 선물? 또는

아는 사람하나 없는 조용한 곳으로

훌쩍 떠나가 있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지난 14년간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신혼여행을 열흘 다녀온게 가장 긴 휴가였던 것 같다.

지난 직장에서 5년이상 장기 근속자에게

한 달간 주어지던 're-fresh' 휴가도

당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못챙겨먹었다.

항상 가야할 곳이 있었고,

뭔가 해야될 일이 있었다.

근데, 어디로 가지?


막상 퇴사를 한다니,
어디로 가야할 지

또 얼마나 갔다와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목적지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다가
교토로 정했다.
그저 "일본다운 일본"을 보고싶다는 점에서,

그곳의 한적한 동네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처음 마주친 교토의 모습은...

"앗, 이런게 아닌데..." 싶었다.

이런 풍경은 이미

도쿄나 오사카에서 보았던 터였다.

그런 "삐까뻔쩍"한 시내구경에다,

쇼핑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날은 술한잔에 조용히 덮고,

이튿날 우리는 바로 은각사로 향했다.


은각사(銀閣寺)

그곳에서 나는,
원하던대로 교토의 한적한 골목길을 발견한다.
때마침 조용히 봄비도 내려주시고...

잠시 비를 피하러 들어간 풀빵집에서
참새와 풀빵을 나눠먹는 여유도 부리면서..

참새와 풀빵나눔 / 비오는 은각사 입구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 이 은각사의 역사나 유래 등은

찾아보지도 않았었더랬다.

그저 정원이 아름답고,

인근에 걷기좋은 길이 있다는것만 알고 갔다.


실제로 그러한 절이었다.
고풍스런 목조건물과,
그들을 둘러싼 수풀사이를..
잘 정돈된 일본식 정원이 채우고 있는
멋스러운 공간이었다.

거기에다,
정원바닥에 깔린 하얀 모래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촤르르~"소리를 내며
귀까지 즐겁게 해준 덕에,
구경하는 내내 편안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비오는 은각사 경내

그리고,

은각사 입구의 '철학의 길'은

더더욱 내 마음에 들었다.


옛날 일본의 유명한 철학자가

매일 이 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겼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길이라고 하는데...

철학의 길

정말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니기에
딱 좋은 길이었다.


애써 그 안에서 무엇을 떠올리고
기획하고 창작하고하는 노력이 필요없이,
그냥 걸으면서 그 자체를 느낄수있는
그런 힐링길 말이다.

나중에 꽃필 무렵이면
풍경도 지금보다 훨씬 화려하고
사람들이 꽤나 몰리겠구나 싶었지만..
시끄럽고 북적대는 관광지에서

등떠밀려다니는 건 절대 사절이다.
지금 이대로 만족이다.

비맞고 다 젖어버린 몸을 말리려

나오는 길목에 있는 오래된 오래된 우동집에 들렀다.

난로 옆 다다미방에 앉아

따뜻한 우동국물 한모금에

헛헛함을 달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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