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매사 애를 쓰고 사는 당신이라면
인사하던 나무들의 손가락이 떨어진다. 물이 부족한 겨울동안 잎을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가 잎을 떨궈낸다. 잘 살아내기 위해,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잎을 떨어내기 위해 잎자루와 가지가 연결되는 부위에 ‘떨켜(이층·離層)’ 라는 조직을 만들고 이는 가지에서 잎으로 수분이 이동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이 되면 여름보다는 강수량이 적어지고 땅도 얼어서 땅속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져요. 광합성을 통해 증산작용으로 잎에서 물을 뿜어내고, 뿌리는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결국 말라 버립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무는 잠시 광합성을 멈추어요. 떨켜가 만들어지면 잎은 말라버리고 곧 땅으로 떨어집니다.
나무는 ‘떨켜’를 만들어 모든 잎을 떨구며 혹독한 겨울을 준비해요.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매사 애를 쓰고 사는 당신이라면, 불필요하게 목 조르는 것을 차단하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각자의 ‘떨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잠시 멈추고 확인해 보세요.
(고 개그우먼 박지선 님의 비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태양을 가득히 품으며 내내 푸르던 것이 짧고 굵게 작열하다 미련 없이 진다. 이렇게 또 가을이 깎이고 덧없이 겨울이 짙어진다.
누군가는 시간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그 안에 영영 멈췄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는 뜻이다. 부디 오늘은 깊고 넓은 바다에 파도가 치기를. 무수한 상처와 실망, 끝없는 후회와 절망, 그녀에게 흠집을 낸 조그마한 생채기들까지도, 그 파도에 거두어져 지워지기를, 그리하여 모든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 떨켜: 잎이나 꽃잎, 과실 등이 식물의 몸에서 떨어져 나갈 때, 연결되었던 부분에 생기는 특별한 세포층이다. 식물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