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는 건 힐링이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방배동에 있다는 맛집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통화하다가 그녀가 말했다. 그때 나는 고등학교 졸업한 지도 오래 되지 않았어서 무슨 뜻의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좋은 뜻인 것 같긴 한데 어떤 느낌으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천사 같고 온화하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닌 것 같은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몇 년 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겉모습과 속내가 다른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당연한 건데 나는 무척 낯설었다. 그런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진실됨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란 적도 없고, 그렇다고 무례한 표현을 솔직함으로 가장해 민폐를 끼치려고 한 적도 없다. 그저 생각을 편하게 하기 위해 보이는 그대로만 보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말의 이면에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속내를 다 보여주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솔직함을 무기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다.
그치만 가끔씩 나는 이 세상에 아무 진실도 보여주지 못 하고 살면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언니를 만나면 힐링이야."
언제 한 번 술을 마시고 이런 말을 했다. 이젠 내가 이런 말을 한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나에겐 너무 낯간지럽지만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알게 됐으니 자주 쓰게 된다. 대화를 하면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하는 사람. 사회에 대한 복잡한 생각은 잊고 같이 있는 순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치유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이 온화하고 맑은 느낌이고 그렇진 않다. 오히려 강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나는 선행을 많이 해온 수녀님과 신부님이 오히려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경우를 많이 봤다. 남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은 그만큼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