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원 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을 갔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세를 벌어 대학을 다녔다. 이런 삶을 어필해서 회사에도 어렵지 않게 입사했다. 나는 쉽게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받는다. 칭찬 받는 게 기쁘면서도 가끔은 그래도 되는 걸까 싶다.
살고 싶은 인생 같은 게 없었다. 살고 싶지 않은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술 마시고 온 아버지가 돌아오는 게 겁나서 집에서 불안해 했던 10대를 다신 살고 싶지 않고, 월세를 내는 게 낯설고 어려워서 가스라이팅 당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붙잡고 산 학부시절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애쓰는 삶이었다. 그래서 내 삶을 모르면 능력이 모자라보이고, 내 삶을 알면 능력이 너무 과대해보이고 그렇다. 해석이 천차만별로 되는 느낌이다.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 노력이 있고, 삶이 고되도 짓게 되는 웃음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시간은 의미가 없었다. 가끔 이유없이 애를 좀 썼고, 가끔 불필요하게 많이 참았고, 습관처럼 자주 웃고 그랬다.
열심히 사는 삶이란 게 뭘까. 나는 내가 상상한 미래가 없었다. 희망을 갖고 살아본 적도 딱히 없다. 학교 다닐 때는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는데, 남자애들이 취직하고 싶냐고 자주 물어봤다.한번 공부해보는 게, 이렇게나 해석이 필요하고 질문을 들어야 할 일인가.
가끔 내가 내 인생궤적을 말할 때 너는 그런 일을 겪고도 그렇게 잘 지낼 수 있다니 신기해. 이런 말을 들을 때도 있다. 대견해하는 사람들은 무척 고마웠고, 내가 전형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난감했다. 인생이 순탄하지 않으면 사람이 꼭 하자가 있어야 하는 건가. '나는 그래도 이겨낼 거야! 울지 않을 거야' 하고 캔디처럼 산 게 아니고 시간 지나다보니 다 잊히고 그랬던 거였는데.
나는 사실 힘든 삶을 살았어,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태어나보니 그런 삶이었다. 바깥에서 관찰하기엔 전형적이지 않고 불쌍해보이는 순간이 많았는데 , 막상 살아보니 살아졌다. 이런 삶이 나에겐 자연스러웠다. 목숨이 있어서 숨을 쉬었다.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흘렀다. 남들과 조금 다른 걸 알았고, 커가면서 남들보다 많이 가난했다는 것을 느끼긴 했는데, 그냥 살았다.
이렇게 긴 글로 쓰면 내 삶에 대해 오히려 의미부여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생각이 많아진다.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내 삶의 궤적에 대해 솔직하면 솔직할 수록 내가 자기계발서 쓰는 사람 같고 참 어렵다.
밝은 건 밝은 거고, 애쓴 건 애쓴 거다. 밝다고 해서 내가 인생이 편했던 게 아니고, 노력했다고 해서 내가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는 진취적인 사람인 것도 아니다. 내가 성공할 거란 기대도 없다. 나는 내 시간을 사는 거니까 내비둬도 되지 않을까. 사람에 대해 판단하면 그저 과해질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