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가 길에서 주웠어. 이 어여쁜 대화를...

# 01

by Jean


어느 일요일 늦은 아침.

동생과 칼국수집에 갔다.

길고 긴 여름을 보내고 맞이한 쌀쌀함이

반가운 아침이었다.

뜨끈한 칼국수를 어서 달라고

주방 쪽으로 무언의 압박을 보내면서 앉아있는데

어떤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두 테이블 건너 저쪽에서.



“어젯밤 꿈에 아버님이 나왔다.(웃음)"


"아, 내 꿈엔 여보가 나왔는데...(웃음)"


"어머. 내가 뭐 했어?(웃음)"


"그건 생각 안 나.(웃음)"



퐁퐁퐁 솟아 졸졸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소리,

그랬다. 두 사람이 주고, 받고, 또 주고받는

대화의 서두가 꼭 그렇게 들렸다.

명랑하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웃음이 깃들고 사랑이 듬뿍 담긴

대화는 그렇게 멋진 듀엣의 노래처럼

흐르는구나 싶었다.


어떤 꿈이었을까 더 듣고 싶었는데

이내 두 사람의 웃음소리와 식당의 소음에

대화가 묻혀 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자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느꼈다.

꿈의 내용을 묻지 않고도

그리운 아버지가 그녀의 꿈에 나왔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마음이 행복으로 꽉 찬 것 같았다.

여자의 마음도 동시에 부풀었다.

그녀가 그의 아버지 꿈을 꾸고 있을 때

그가 그녀의 꿈을 꾸었다는 게 좋고 신기해서.

남자가 꿈을 기억 못 한다고 했지만

여자는 그저 즐거운 것 같았다.


때마침 칼국수가 나왔다.

두 사람의 어여쁜 대화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

칼국수 집 안을 떠다니다가

나의 국수 그릇에도 조금 녹아들었나 보다.

칼국수는 유난히 더 맛있었고

나는 동생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수상한 기운(?)을 느낀 동생이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맛있게 칼국수를 먹는다.

어느 일요일의 아침이 그렇게 흘러갔다.




가끔 길에서 말을 줍는다.
그렇게 우연히 내 손에 쥐어진
아름다운 얘기들을 기록해두려 한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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