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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난언니 Nov 01. 2019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흔한 오해와 착각

이혼! 그게 뭐 어때서?

 

예전 이혼한 친구가 이혼녀는 사회에서 장애인 취급당한다는 말에 버럭 화를 낸 적이 있다. “우리가 뭐 어때서? 내 삶을 사는 내가 멋지기만 하고만. 그리고 장애인이면 어때?”말을 내뱉고 나니 문득 내가 장애인을 대할 때 뭔가 조심하려 애쓰던 때가 생각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한 똘똘한 친구를 만났다. 농업을 IT와 접목시켜 스타트 업을 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말하며 그래서 지금 농사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덧붙였다. 그 친구의 당찬 포부를 들으면서 서류를 보다가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서류를 보기 전까지 그는 꿈 가득한 멋진 청년이었지만 졸지에 상처 받지 않게 조심해서 말해야 하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를 특별대우를 하거나 혹은 조심스러워하면 그가 상처 받을까 봐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고 애쓴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든 이혼한 사실을 밝히면 사람들은 한 번 움칫 놀라거나 자연스러운 표정을 연기하며 화제를 급히 바꿔서 의아해한 적이 있다.

 내 삶에 당당하기에 애써 감추고 싶진 않았지만,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고는 어쩔 수 없이 감춰야 하는 비밀이나 일부러 말하지는 말아야 하는 치부가 되어버렸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그 남자가 잡아끄는 손은 편안한 미소와 말투와는 달리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가 끌고 가는 곳은 모텔이 즐비한 어스름한 골목이었다. 놀라움과 무서움에 온 몸에 힘이 빠졌지만, 자칫 정신 못 차렸다가 큰 일을 당하기 직전이어서 온 몸에 힘을 주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세요?”

“이거 원한 거 아니었나?”

마치 나에게 큰 선심을 쓰는 듯한 그의 말투 더 역겨웠지만, 나를 쳐다보는 그의 표정과 말투는 오히려 자신이 당황스럽다고 전하고 있었다. 그는 내 동료이다. 동료라지만 나보다 나이가 열댓 살 많은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녀 둘과 아주 화목한 모습을 늘 SNS에 올려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가정적인 가장이어서 더 믿음직스러워했다. 오랜만에 만나 맥주 한 잔을 놓고 근황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이혼에 대해 고백했다. 그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뭔가 위로를 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안타까움만 자아낼 뿐 별 말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자꾸 내 쪽으로 치우치는 걸 의심조차 하지 않은 나와 달리 그는 승낙의 의미로 받아들인 듯하다.      


 그로 인해 나는 ‘모든 남자는 이혼녀를 아주 쉬운 여자로 착각한다.’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남자에게 정조란 언제든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있는 먹다 남은 사탕과 같다’고 단정 짓게 되었다.    

  


 

“결혼은 하셨어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을 못 하고 당황하거나 잠시 멈칫한다.     


“네 결혼은 했는데 지금은 이혼해서 혼자예요. 그렇다고 걱정해 주신다거나 찌들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선택에 너무 만족하고 그래서 지난 시간을 후회하진 않아요. 예전 남편한테 의지만 하고 살다보다 지금 하고 싶은 일들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그리고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전혀 외롭거나 의지할 만한 남자를 찾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혼자 좀 살아보니 어차피 남자는 다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결혼은 안 할 생각이고 지금은 제 일과 사랑에 빠져있어요. 그래서 섹스에 굶주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그런 배려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전 지금 충분히 행복하니까 미안하거나 안쓰럽다는 생각 전혀 안 하셔도 돼요.”라고 구구절절 덧붙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이를 세련되게 한 마디로 할 말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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