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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난언니 Nov 05. 2019

부러우면 이혼 하든가?

혼자 사는 내 삶이 부럽다 하는 그녀들에게...

  집근처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 다행히 그녀의 집이 꽤 멀어 교통체증을 피하느라 퇴근을 하고도 늘 한두 시간 후에 출발한다. 덕분에 나는 늘 저녁을 함께할 친구가 있다. 맥주한 잔 진하게 할 순 없지만, 싱글에게 저녁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든든한 빽이 아닐 수 없다.

 

 고소한 밥을 젓가락으로 솔솔 문지르고 한 움큼 떠서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서 친구의 이직에 대해 말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뭐해? 밥 먹었어?”

“응 언니, 친구랑 집 앞에서 연어덮밥 먹고 있어요. 언니도 여기 한 번 놀러 오세요. 진짜 맛있어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 서로 안부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언니여서 늘 반갑게 통화를 한다.

“지지배 너 진짜 우아하게 산다. 나는 일하고 들어와서 애 새끼들 밥 차려 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너처럼 편한 삶이 어디 있니? 부럽다 야!”

“…”     


  언니가 가끔 하는 말이지만 그날따라 참 거슬린다. 언니 뿐 아니라 가사일과 육아에 지치고 게다가 일까지 하는 친구들은 가끔 혼자인 내 삶이 부럽다는 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러우면 너도 이혼해!’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아이키우랴 살림하랴 게다가 워킹맘은 일까지 하랴 힘에 겨워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분명하다. 그녀들은 한 번도 가정을 벗어난 삶을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내뱉는 투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공허함을 달래주고자 애써 내 삶의 그늘진 부분을 들춰 보이며 위로해 주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씁쓸하게 전화를 끊은 뒤 친구에게 물었다

“너도 내가 부러울 때가 있어?”

“아니”

친구는 단호했다.


 친구는 치열한 사회를 견뎌낸 대기업 차장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아이 잘 키우고 박사학위도 받고 남편 사업실패로 인한 빚도 갚고 있다. 그러고 보니 화장기 전혀 없는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를 본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자신을 위한 투자라곤 출퇴근 할 때 타고 다니는 차 한 대가 전부이다. 자신을 위해 피부 관리 한 번 받지 않는 그녀는 마치 남편과 자식을 위해 일하는 원더 우먼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말을 안 했지만 한 번쯤 이혼을 생각했을 법 한데 그럴 마음이 없다 한다.

“솔직히 나도 이혼을 생각 안 한건 아니야. 나 믿고 매번 사고치는 남편이 뭐가 좋아서 살겠니? 난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사회생활 오래 해 보니 가정이 있는 여자가 혼자 사회에서 싸우는 거랑 이혼이든 사별이든 혼자 된 여자가 사회생활 하는 거랑은 사람들이 보기에 많이 달라. 말은 안 하지만 너도 많이 힘들 거야. 그래도 이렇게 밝고 꿋꿋한 너 보면 늘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해. 난 그거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     

 친구의 말을 들으니 뭔가 대등한 관계인 것 같아 위로가 된다.

 마흔의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에서 공허함을 느낀다면 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 꽉 채운 삶 속에서 늘 불안함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있다.

 평범한 여성의 삶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과 언제나 편들어 줄 가족이 있다면 나는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다.   

   


  어떤 선택이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삶은 지금의 위치에서 좀 더 익숙해 지기위해 부족함을 채우며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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