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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Feb 08. 2020

잡설, 쓰는 것, 읽는 것

페북에 잡설을 쓰면서

페북에 뭔가를 참 많이 쓴다. 2004년부터 블로그에도 뭔가 참 많이 썼다. 뭔가 써야 그나마 스트레스가 풀리는 습관, 참 다행이야.


내가 살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게, 좋아하지 않게 만들어준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인생 안에서 오르막 내리막을 겪으면서 음주가무를 좋아했다면 아마 나는 폐인이 되었을 것 같아. 성질난다 하면, 속상한다 하면 서점 갔었다. 거기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죽치고 책 보다가, 주머니 사정이 되면 사 들고 오고, 그거 안 되면 마음에 쭉쭉 담아두고 오는 것. 그러면 좀 살 것 같았다.


신혼 초 어쩌다 면단위 시골 동네에서 살았다. 서점도 없고, 도서관도 없고. 정말 돌아버리겠더라고. 일도 안 한 시절. 정말 출구는 오직 한국일보, 하나였는데 거기에 광고로 뜬 신간을 보면 죽겠더라고. 신간은 고사하고 읽을 것들이 없어서 나중에는 그 신문을 읽고 또 읽고, 과자봉지도 또 보고, 또 보고, 미혼 때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고... 그때 느낀 것은 내가 하루에 한 줄이라도 안 읽고 살면 안 되는 글 중독자이구나, 싶었어. 숨을 쉴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나는 주변에서 못 읽어서 힘들어요, 하면 바로 이해가 와. 그게 무슨 고급진 취향의 무엇이 아니고. 술 한 잔처럼, 커피 한 잔처럼, 일상인 것이거든.  


어제 그 방역망을 뚫고 도서관을 갔었어. 내가 사는 동네의 도서관은 소위 국립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입구에 열감지로 스캔하고 있더라고. 주저주저하고 갔는데, 이런 시스템을 보는 순간 스마트시티 맞는구나 싶었어. 여하튼 어제 책을 오랜만에 대출해서 오는데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 왔어. 음주가무가 아닌 읽는 것을 좋아하게 해 주신 신에게 무한정 감사했어. 그리고 이렇게 잡설이든 뭐든 쓸 수 있는 노트를 만들어준 얼굴책외국아저씨에게도 감사하기로 했어.


뭔가 감사로 끝나는 것, 그것도 다행이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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