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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15. 2020

대구사람 이야기

대구사랑이 강력한 페친의 글을 보고, 사흘 대구에서의 단상이 생각난다. 나는 고향이 대구인데 거기에서 계속 살았으면 죽었을 것 같아ㅡㅋㅋㅋ

1. 한일로 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를 대자마자 아저씨가 뭐라 뭐라 했다. 근데 정말 못 알아먹었다. 뭐라고 막 소리소리를 지르는데 진짜 해석이 하나도 안 되더라. 그래서 가까이 가서 네? 했더니 무슨 배너 같은 삼각대를 가리킨다. 보니 '후면 주차'라고 쓰여 있다. 내 살다 살다 '전면 주차'는 봤어도 후면 주차,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도 처음 봤고.   공영주차장(낮이라 텅텅 비었고, 공간도 꽤 넓었다)에서 주차 방향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주차 조건 처음 봤다. 정말 넓었고, 정말 텅텅 비었던 곳인데. 짜증이 확 났다. 후진해서 주차하고 왔다. 벽면 쪽은 후진으로 해야 하나 벼. ㅠㅠ

2. 주차를 하고 갔더니 장소를 이전해서 바로 주차장으로 왔다. 생각해 보니 현금이 없네. 현금 없다고 혼나겠다 싶어서 일부러 인출해서 주차장으로 갔다.

"얼마예요?"
"천 원"

만 원짜리를 드렸더니, 잔돈 없냐며 짜증을 확 냈다. 없는데요, 했더니. 그럼 카드 줘, 이런다. 그래서 카드로 결제했다.

이런 된장, 연세가 있으시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말씀이 계속 짧더니 마지막까지 짧네. 내가 천 원 그냥 카드 냈으면 현금 없냐고 했을 것 같은 정황적 상황이다.

3. 사돈댁 초상에 조카들 데리고 있다가 발인날 아침에는 아이들도 인사해야 할 듯하여 장례식장에도 가고, 납골장에도 내가 데려갔다. 납골장에 도착하니 고인 모신 차는 보이는데 유가족들이 없어서 거기 밖에서 일 보는 어르신에게 물었다.

"저기 차 유가족분들은 어디 계시나요?"
"뭐? 오늘 장례는 끝났는데"
"네? 아... 네. 제가 사무실에 여쭤 볼게요"
"끝났어. 없어"

와...순간적으로 스팀이 머릿속에 확 질러졌는데 조카 육아 중이고, 장례식 중이고 하니 내가 그냥 꾹 누르자,라고.

4. 손자와 손녀의 비극적 편애 현장을 내 눈으로 다시 묵도하니 가슴이 쓰리다. 여섯 살 차이 나는 내 남동생과의 헌신적 남존여비를 다시 복기하는 현장이 되었다. 와... 이런 것들도 대물림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더구먼.

그 옛날 드라마 '아들과 딸' 후남이와 귀남이의 이야기는 그 시절에는 대세여서 드라마 인기가 대박이었구나, 싶더라고. 그런데 그게 어찌나 슬프던지.

5. 포항에서 대구로 발령 났다는 지인(고향이 서울)의 말에, 대구보다 광주가 살기 더 나을 거라고 내가 그랬다. 대구는 자기(상대 지인) 스타일에는 힘들 것이다,라고 했던 그 기억이 새삼 새록새록하더라고.

6. 이런 상황들 대구 남자들은 아마 잘 모를 거다.ㅠ


201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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