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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y 31. 2020

작년, 오날 기생충은 개봉했다

국제 영화제를 언제 할 수 있을까

작년 5월31일.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돌아온 영화, 국내 개봉하는 날 혼자 가서 보고 왔던 「기생충」. 그 때는 몰랐지. 상업성이 팽배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무려 작품상, 감독상, 외국 작품상, 시나리오상 이렇게 4관왕을 하게 될 지.


올해 깐느 영화제는 못 했고, 아카데미 시상식도 못 할 것 같다마는...작년은 봉준호 감독 덕분에 문화 국뽕이 차 올랐는데, 국뽕은 고사하고 올해 작업하는 영화 현장이 어디 있기는 하겠나.


작년에 기생충 보고 온 날, 스포없이 쓴 감상평이 페북에 다시 올라왔다. 기록의 의미로 다시 여기 쟁여둔다.



2019.5.31

기생충


개봉 전에 보겠다고 마음 먹은 영화는 특별히 일정이 꼬이지 않으면 개봉날 본다. 그것도 조조로 우다다 뛰어가서 혼자 보고 오는 편인데, 개봉날 오전에 기관 미팅이 있었다. 하여 저녁 시간에 간신히 예매했는데, 한국 영화를 앞에서 세 번째 앉아서 보기는 거의 처음인 듯. 쳐다보면 목이 아플까 싶었는데 뭐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

#기생충. 스포는 하지 말라는 감독 당부가 있었으니 그거 지킨다 치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정말 한 줄도,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 영화가 좋아서, 안 좋아서, 그런 평가는 차치하고. 그냥 어벙벙하게 있다가 온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의 관찰력과 디테일에 놀랐다.

봉준호 감독의 위트가 대사 곳곳에 녹아 있는데, 그 대사가 우리 일상에서 막 쓰는 그런  말들인데, 그게 스크린을 통해서 보니 와우 정말 감각있구나, 싶더라. 천재네, 천재 했다. 그 감각은 감독몫이다 치고. 배우들의 연기, 나는 그게 정말 좋더라. 송강호야 뭐 언급할 필요가 없고. 기정역의 #박소담 배우에게 홀딱 반했다. 나는 처음 보는 배우이고,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극 전체를 끌어가는 그 느낌. 와우!!! 충무로에 장래가 촉망되는 여배우 한 명 제대로 건졌다(?) 라는 느낌이 컸다. 그 사실이 가슴 뛰게 하더라. 부라보.

촬영감독과 음악감독. 조명감독의 정성들이 곳곳에 보여서 그 역시 눈부시게 빛나더라는 것. 그 외에도 독특한 캐릭터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들에게 기립박수 10분(깐느에서 8분이었다 하니) 보낸다.

다만 이게 장르 영화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분명 아니었다. 헐리우드 영화와는 분명 다르고,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가 출품되면 본상에 겨우 올라갈까, 말까, 할 그런 영화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깐느 영화제 70년 넘게 걸려온 그 고리들이 연결되는 영화였는데.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이 거의 다 스며들었다 싶더라. 살인의 추억이 보였고, 괴물이 보였고, 설국열차가 고명처럼 도핑 되었다고나 할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터널을 걷는 것, 머리에 삼각형으로 눌러지는 후드티를 입는 것, 그리고 적절한 섹스즘까지.

깐느영화제 수상작을 자막없이 보는 게 어디냐는 어느 네티즌의 댓글이 나에게 아주 큰 공감으로 왔다. 그럼. 그게 어디냐. 수상작이 주는 의미는 자연스레 관객을 국뽕으로 전이시킨다고 할까.
그렇게 보고 왔다. 스포는 자제하고 보고 온 느낌만 정리하며...총총총.

앗...하나 더. 을이든 갑이든 서로의 진심이 전달되기는 참 쉽지 않다는 거. 기우가
 그 돌을 들고 왜 거기를 갔을까. 그 해석이 결국 기생충의 핵심 주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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