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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n 18. 2020

12주 차 춤꾼으로 살았다. 내면의 곡선과 직선, 부딪힘, 삐걱거림 그리고 열정. 그 모든 것들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즐겼다. 이제 막바지이다.

오늘은 거의 탈진 상태 될 때까지 구르고 뛰고 휘젓고 소리 지르고... 급기야는 별이 막 보이려고 하더라고.

춤에 대한 경외감은 홍신자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스물여섯에 무용가로 데뷔했고, 인도의 라즈니쉬의 첫 제자로 수행했다는, 다큐 한 편을 보고는 전율했었다. 그리고는 93년 그즈음에 책 한 권을 읽었다. '자유를 위한 변명' 홍신자 선생님의 춤 이야기였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를 흥분하게 했던 것 같아. 그러다 십여 년 전에 어느 교육과정에서 또 춤을 접했는데 그 여운이 어찌나 오래가든지. 저 춤과 접목할 수 있는 기획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만 꾸며 세월이 흘렀다.

그렇다고 무슨 춤을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고, 그런 꿈도 감히 못 꾸었다. 막연히 탱고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그조차도 파트너랑 추는 춤은 더 안 되는 것이다, 로 단정하고.

아무튼 그렇게 근 삼십 년은 지나온 듯하다. 그러다가 올봄에 지역에서 커뮤니티 댄스를 한다고 하기에 선착순 모집에 줄 서서, 바야흐로 춤과 12주를 보냈다.

내 몸에는 그때 교육과정에서 잠시 익혀 본, 내면의 소리에 몸짓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깊게 각인되어 있었는데 이번 과정에서는 그 내면이 쉽게 올라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오늘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어떻게 끌어가느냐의 전문성이 사람을 잡는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는 이제 끝나는데, 12주 동안 몸의 유연성, 우연적 스침, 내 몸에 소곤소곤 대화하는 법, 등을 잘 익혔다. 이런 시간을 또 언제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그냥 그냥 마음이 헥헥한다. 춤이 있어서 그나마 쉼표 찍었다 싶어 감사하다.

;;
커뮤니티 댄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74030


ㅡㅡ.

2019.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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