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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n 24. 2020

음식 사랑학

먹는 것

음식 사랑학

내가 먹는 걸 좀 챙기는 편이다. 평소 털 뱅이로 다니는 탓에 음식 챙기면 되게 낯설어하는데, 사실 내가 밖의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서 우짜든지 집에서 밥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참 강의를 많이 다닐 때, 특히 아침 강의가 잡혀있으면 김밥을 집에서 싸서 교육담당자 챙기는 것도 제법 했고, 대학원 다닐 때는 담당 조교가 자취한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아이 밑반찬 챙기면서 같이 챙겨다 준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얼마나 좋아라 하던지 내가 다 놀랬다. 나중에 보니 그 친구는 일찍 엄마를 잃어서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주변 친구들의 엄마가 챙겨주는 밑반찬이 그리 부러웠는데 소원 성취했다며 완전 감동받아라 했다. 그 밑반찬이 뭐라고 싶더라고.

아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끔 급식을 안 하는 날에는 도시락을 거의 태산(?ㅋㅋ)만큼 챙겨서 보내면 아이 친구들이 그랬단다. "오늘도 ○○어머님께서 한 건 하셨습니다"라고 하면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코에 다 끝내서 정작 본인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그랬다. 그래도 그 시큰둥에 내심 좋아라도 하는 눈치라 늘 그렇게 도시락 싸 가는 날은 대박으로 많이 샀고. 소풍이나 행사 때도 맨날 넉넉히 싸 주면서 혹이나 친구 중에 도시락 때문에 쭈빗쭈빗하면 표시 나지 않게 같이 먹어야 한다고 그랬다(무슨 대단한 자애 같은 코스프레라니...). 그게 부모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법이고 그것이 사랑을 가르치는 역할적 도구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내 먹거리는 스며들듯이 아이와 함께 성장했다.

같이 밥을 먹는 것과 먹거리를 챙기는 것들을 나는 많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챙기는 부지런함은 없고. 그저 내 아이 챙기는 반찬에 혹은 이런저런 명분이 되면 덜컥 챙긴다고 나선다. 그게 사람 사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고.

어릴 적 가난한 엄마는 내 밥 거리도 잘 챙겨주지 못했다. 밥을 굶었다가 아니고 뭐든 대충 한 끼 때우는 식으로 뚝딱하니 밥상이 잘 차려진 그런 밥상들이 늘 아련했다. 그래서 나 혼자 밥을 챙겨 먹으면 뭐든 제대로 나를 대접한다는 의미로 상을 꾸려서 밥을 먹었더랬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사각통에 있는 반찬(냉장고에 반찬도 없다만) 그대로 내어 먹는 법 없고, 혼자 먹어도 각각의 접시 다 끄집어내고 소위 플레이팅 한다. 그게 나를 대접하는 것이라.

암튼 그런 어린 시절에 나를 알뜰히 챙겨주신 일본의 친구 주연이 엄마, 늘 한결같이 밥상 차려 나에게 밥을 대접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주연이랑 놀아줘서 고맙데이"라고 하셨고, 일본에서 친구가 한국 나오면 내가 또 그녀의 친정집에 가면 내 어릴 적 입맛을 잘 챙겨서 또 밥상을 꾸려주셨다.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다" 이런 사랑을 나는 내 친구 부모에게 받았다.

그리고 성인 되어서도 입맛 까다로운 나에게 내 지인들은 한결같이 또 그런다. 나 안 먹는 것이라고 음식점 이래저래 골라가고, 먹는 메뉴 챙기고 그리고도 마음을 쓴다. 이런 사랑을 내가 받고 살아가니 나는 들썩들썩 내가 할 수 있는 사랑법을 찾는 것이다. 맛있게 음식을 잘할 자신은 없어도 정성 들여 요리를 챙길 마음은 있으니, 이래저래 먹는 것을 알뜰히 챙기는 것으로 내가 받는 사랑을 보답하는 것이다.

요리, 그게 보배 맞다.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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