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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Feb 10. 2021

상위 5%? 하위 5%?

평타

또 다짐. 올해는 중간 마인드로 일 해야.

이게 내가 똘끼 가득하다는 것이, 맘이 가면 미치고 그게 안 되면 바닥을 치는 것, 그게 정말 안 좋은 것이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 때도 그랬다. 어릴 때 성적도 상위 5% 안에서 놀다가 하위 5%도 거침없이 한다. 하위권에서 놀 때는 문제지 읽는 것이 귀찮을 때다. 그러면 답을 거의 안 쓰거나 대충 쓰거나. 그렇다고 문제 학생인 적은 없었다. 출결 완벽했고, 지각이나 조퇴도 안 했고, 교복도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칼처럼 입고 다녔다. 다만 뭔가 하기 싫을 때는 혼자서 꽁냥꽁냥 한다는 것이지.

학부나 석사 때 F를 각 한 번씩 받았다. F를 제외하면 나머지 성적은 평균 4.0이다. 기절각이지. F 둘 다는 숙제와 출석을 아예 안 하는 것. 학부는 F 나오는 거야 그럴 수 있지만, 대학원 F는 전대미문의 사건일 것이다. ODA수업이었는데 시간 강사였다. 미안하지만 정말 준비 하나 없이 들어와서 수업을 했고, 가끔 던져주는 자료도 시의성이 너무 떨어졌다. ODA가 코이카 정책 관련 수업인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제 정세 안에서 옛날 귀신같은 수업 자료를 들고 와서는 성인 학습을 하는 것이 나한테는 충격이었다. 때마침 그때 학교에서 뭐 만드는 일을 하필 그 수업 시간대에 해서 짬도 없었다. 안 들어갔고. 안 들었으니 과제물도 몰랐고 하기 싫었다. 완벽하게 보이콧 한 셈이다. 하다 못해 담당교수에게 문자 하나 안 보냈다. 뭘 귀찮게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탁하냐. 그냥 학점 하나 더 들으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이게 정책학과라 등록금으로 장학금을 받는 과였는데 그게 문제가 되더라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물론 나도. 여하튼 500만 원 등록금에서 150만 원이 지원 장학금으로 처리되는데 F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게 안 된다는 것을 후에 알았다.

교학처에서 전화 온 게 아니라 지도교수님 전화 왔더라. 너 등록금 다 내야 하는데 어쩌냐?라고. 그 말에 1초에 망설임 없이 "네, 혜택 못 받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다 내면 되죠"(돈도 많아..ㅡㅋㅋㅋ). 그렇게 대학원 F는 150만의 비용을 치르고 받은 훈장이었다. 후에 오히려 F준 외부 강사가 혼났다고 해서 그게 맘에 걸렸다. 총을 준 교수는 원칙을 따랐고, 나는 그 원칙에 벗어나서 뭔가 부탁하기 싫었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 장학금 제도 때문에 좀 그랬다. 미리 알았으면 내가 그나마 부탁해서 과제라도 냈을 것 같다마는.ㅋㅋㅋ

그럼에도 석사 과정 밟으며 지각한 적 없고, ODA수업을 제외하고 과제물 늦게 낸 적 없고, 조별 학습에서 민폐 끼친 적 없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ODA는 내 개별 숙제이니 뭐 그런가 보다, 로.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나열하느냐 하면... 사는 게 웃겨서. 누구는 나를 "성과를 언제나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추진력과 실행력이 탱크 같은 사람으로", "돌면, 작두 타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나를 그냥 허당으로 또 본다는 것. 그게 참 웃기다. 그냥 해맑은 허당으로 낙인찍힌 곳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이게 분리되더라는. 내가 작심하는 일, 그렇지 않은 일... 그래서 사실은 상대들이 불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결코 좋은 점이 아니라는 것도 인지한다.

학교 때 상위 5% 혹은 2-3%를 오가도 하위 5%를 또 찍으면 뭐든 도루묵 되기 마련이니. 이제는 평타 30%으로 가려고 한다. 상. 중. 하로 나누어서 30%는 나름 상위권 수준이니.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조율하는 것도 결국 능력이고, 자기 관리이니. 대학원 다닐 때가 내 인생에서는 쉼표였던 곳이라 일은 거의 놀 때였던 것 같다. 그러니 사람들은 나를 그냥 '노는 아이'로 각인해 버린 것 같다.ㅋㅋㅋ 덕분에 한량이 된 느낌.

2021년 신축년은 좀 다르게 살려고 다짐한다. 평타를 가기 위해 에너지 조율을 하려고. 그러나 가끔은 또 돌아버려고. 예능에서 왕년에 잘 한 운동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는 그들은 언제나 마지막 피치를 올려서 주변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 그걸 제작진이 아는 거지. 미쳐 본 사람이 또 미칠 수 있지. ㅋㅋㅋ이것도 다 프레임 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결론, 중간 마인드 에너지로 일을 하고. 가끔은 미칠 것. ㅋ 작두도 타고 그분이 오는 눈도 가끔 해 보는 것으로.

다시 결론은 버킹검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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