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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l 07. 2023

익숙함의 인연

15년 미용실

15년쯤 되었다. 거기 미용실과 인연이 된 것이. 그 인연 따라 그 친구가 개업을 해서 장소가 옮겨질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 친구에게 머리를 맡긴다. 개업을 하고는 예약제로 운영을 한다. 샵에 딱 한 명만 받아서 머리를 한다. 스텝도 없다. 큰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일 하면서 스태프들과 맞추는 것도 스트레스라 그냥 혼자서 다 한다. 마침 코로나가 되면서 오히려 1인 미용실이 손님들에게는 더 나은 곳이 되었다. 안전한 공간이라는 느낌.


미용실을 자주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거기에서 연락이 와야 겨우 간다. 혹은 내가 도저히 이 머리로 사람을 못 만나겠다 싶으면 내가 예약해서 가게 된다. 여기는 당일 예약 안 되고 그전 날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게 사실 가끔은 불편하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니 불쑥 틈새 시간이 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갑자기 미용실 가고 싶은 날 있지 않나. 특히 나처럼 미용실을 자주 가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그 ‘불쑥’과 ‘틈새’는 아주 중요하다. 틈새 시간이 나거나 불쑥 가고 싶을 때 못 가는 것 불편하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거기를 고집한다. 사실 내가 이사를 하면서 거기 미용실은 멀다. 왕복 50km 이상을 오가는 거리인데도 굳이 간다.


두어 달 전에는 도저히 50km 오가면서 미용실 갈 시간이 안 되고. 그럼에도 이 꼴로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가 그래서 결국은 집 근처 미용실에 갔다. 내가 늘 가는 곳은 그전 날 예약을 해야 갈 수 있고. 나는 바로 코 앞에 일정이 있고. 시간이 전쟁인 요즘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간단한 뿌리 염색과 컷만 하려고 갔는데 어쩌다 같은 날 동시에 파마와 염색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그만큼 머리스타일이 메롱했다.


다른 사람의 손이 갔으니 늘 하던 스타일이 아닌 낯선 스타일의 내가 되었다. 보는 사람마다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고.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는 둘째치고 15년 가까이 고수한 머리 스타일이 바뀌니 다들 낯선 것이다. 허긴 나도 낯설었다. 그러나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해도 뭐 나름 선방이다 하고 다녔다. 조금 다른 느낌과 젊은 느낌, 혹은 살짝 야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두 달의 변화 앞에 어느 미용실을 갈 것인가 고민했다. 결국 차를 끌고 25km를 달려서 왕복 50km 그 미용실을 결국 갔다. 내가 중간에 다른데 한 번 갔다고 미리 이야기한 터라 변한 머리스타일에 특별한 코멘트는 없었다. 그리고 머리를 맡기고 익숙하게 졸았다. 뿌리 염색과 컷을 한다. 눈 떠 보니 다시 덜 낯선 내가 있는 것이다.


“언니, 내 마음에 안 드는 것 다 쳤어요”

“색상도 톤 다운시켰어요 “

“언니는 그렇게 밝은 색 하면 안 되네요.”

“언니는 날티나면 안 되네요”


아… 나는 날티나면 안 되는구냐. 다른 말은 그렇구나 했는데 “날티나면” 안 된다는 말은 웃기기도 했다. 내심 ‘날티‘의 기준은 뭐지, 뭐 그러면서 그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이렇게 어렵구나, 생각하면서 미용실 문을 나왔다. 15년의 인연은 이렇게 질기구나 싶더라고.


헤어스타일 하나 내 맘대로 못 바꾸는 나를 보면서 익숙한 사람에 대한 인연에 빠졌는지,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버거움인지 모르겠다. 나는 다음에도 또 그 미용실에 영락없이 갈 것이다에 오백 원 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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