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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l 11. 2023

목포 살아있네

화상 입었다

왼팔 피부가 뒤집어졌다. 처음 겪는 일이다.

어제 목포 햇살에 화상 입었는 것 같다. 내가 목포 거리를 쏘 다닌 것도 아니다. 차 세워 두고 카페 두 군데 갔고. 목적지 가다가 갯벌이 사람을 끌어당겨서 또 잠시 차 세워두고 사진 몇 장 찍었다. 이게 전부다. 시간으로 치면 한 20분 걸었을 것이다.


목포 여행을 간 것이 아니고 일하러 갔는 것이니 사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차 세워두고 후다닥 걸어서 목적지 간 것이 전부다. 요즘 카페투어를 좀 하고 있어서 카페 간 것, 운전한 것이 전부다. 정말 작정하고 여행을 해서 햇빛에 더 많이 노출되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자는데 왼쪽 팔이 너무 가렵고 너무 따가운 것이다. 결국 불 켜고 보니 왼쪽 팔 전체가 뒤집어져 있었다. 아침이 되면 병원부터 가야 하나. 피부과 가면 독한 약 줄텐데 그거 나 못 먹는데.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인터넷 검색도 했다. ‘피부 뒤집어’, ‘팔에 두드러기’, ‘피부 격자무늬’, ‘‘피부 뒤집어졌을 때’ 등등 여러 단어를 조합하여 검색했다. 그것도 자다 깨서 한 밤에. 무서웠다. 이 한 밤중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검색해 봐도 별반 도움도 안 된다. 냉장고 문 열었다. 오이 하나 꺼내서 쓱쓱 긁어서 팔에 붙였다. 그리고 잤다.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아침에 눈 떠 보니 다행히 피부는 원상복구 되었다.

햇살에 화상 입는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실제로 내가 겪어보니 깜짝 놀랐다. 사실 사진보다 훨씬 더 심했다. 피부가 저렇게 발진되어서 세포가 다 죽나 싶더라고. 피부가 다 죽어서 주글주글한 상태로 다녀야 하나. 병원 가서 치료하면 얼마나 다녀야 원상복구가 되나 싶은 게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어제 기사에서 얼핏 봤다. 지금의 지구가 12년 만에 최고의 온도라고.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사람이 사는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사실 그런 기사를 뭐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다. 그때마다 그렇구나, 그렇지, 걱정이다, 정도였다. 그러나 길거리 활보 20여분 하고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기후변화를 그냥 그렇구나, 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싶다. 무엇을 해야 하지? 그냥 속수무책인가, 싶은 게 현타 온다.


밤새 피부는 복구되었지만 따끔거림이 계속 있어서 오이 하나를 더 꺼내서 오른팔, 왼 팔 아침에 또 붙였다. 덕분에 두 팔이 호강한다. 욱신거리고 따끔거림은 계속 있다. 와!!!! 목포 한 번 요란하게 다녀왔다. 끙!!!


저 사진 찍는다고 걸었던 20분. 영광의 사진 되시겠다.

아… 쏘카는 또 나를 얼마나 힘들게(?)했는지 ㅋㅋㅋㅋ 웃는다. 진짜로ㅋㅋㅋㅋㅋ 이것은 나중에.

이 사진들이 영광의 피부병을 만들게 했다. 와… 목포 너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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