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메달 Jul 12. 2023

강릉 하늘을 보다

강의 여행

<기차 안 짭썰>


강릉 강의를 다녀오면서 든 생각은 강의 일이 좋았어. 그거 내가 감사한지 모르고 까불었구나 싶더라. 사실 강사 시장에서 보면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한 강의에 이렇게 불러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싶다.


특강이라 긴 시간 아니라서 앞뒤 시간으로 강릉을 좀 어슬렁했는데 이게 너무 좋다. 예전에 강의할 때는 일 마치면 총알처럼 집에 갔다. 시간에 늘 쫓겼다. 지금도 뭐 시간에 쫓기며 산다마는 조금 내려둔 느낌이랄까. 강의 앞뒤로 도시가 보인다.



강원도는 내가 어느 중소기업 조직문화 프로그램 전담으로 한다고 쥐방울 마냥 오간 곳이다. 성우리조트를 비롯하여 횡성 어느 펜션은 통으로 대관하여 2박 3일 과정을 한다고 정말 자주 갔다. 그때는 지금처럼 쏘카 같은 공유서비스가 많지 않아서 원주까지 기차 타고 가서 원주에서 횡성까지 택시 타고 다녔다. 2박 3일 긴 시간 교육하고 나면 에너지가 다 빠져서 운전을 할 힘이 없더라고. 그래서 승용차로 이동 꿈도 안 꾸었다. 그런 강원도를 다시 가 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오늘 강의장은 몰입도가 거의 150이더라. 아니 이 분들이 왜 이렇게 집중하지, 싶어서 내가 깜짝 놀랐다. 내가 아직도 작두 타는 듯한 에너지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니 내가 뭘 제대로 전달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몸으로 느껴지는 적극적 환대. 정말 감사했다.


강의 앞 뒤로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니 운전하여 이동하는 거리거리가 너무 좋은 것이다. 이게 평소에는 하늘을 안 보고 살았나. 왜 오가는 강릉 하늘은 태어나 처음 본 것 같은 하늘을 하고 있냐 말이다. 해가 뜨는 하늘에서 해가 지는 것은 어떻게 표현할까 싶기도 하고. 영화 <내 사람>에서 봄직한 작은집.  영화 속 작은집이 카페로 바뀌어 있는 듯한 착각. 뛰어서 가 봤다.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저 작은 카페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해양선 끝자락을 봐도 좋겠다 싶은 게, 오만가지 상상이 넘실거린다. 마치 그 자리에 앉아서 작은 창 너머 바다를 보는 상상.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손에 텀블러 하나 들고 해안선 따라서, 철도길 따라서 사브작사브작 걸으면서 왼쪽 발목도 보고, 오른쪽 발목도 보면서 내가 내 몸을 챙기는 일련의 수도자도 되어 봤다. 너무 행복한 것이다. 강의로 에너지를 쏟고 기차 시간 틈새 사이에 흐느적거리며 바다를 보고, 산을 보고, 철길을 보는데 내 안의 충만함이 참으로 감사했다.


그래서 앞으로 강의가 혹이나 다른 지역에 생기면 이렇게 살방거리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치열하되 표시 나지 않게. 넘치지 않고 적당히 조율할 수 있는 나의 내면과 잘 인사하려고 한다. 강의도 잘하려는 욕심보다는 내 이야기 듣는 이 분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면 이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지 않을까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들이 바뀌니 “강의 잘한다”라는 외형적인 것 말고. 기관에서 나를 왜 불렀는지에만 마음을 쏟게 된다. 그게 강사의 본질 아니겠나.

강의 다니면서 도시 탐색을 좀 해야지 하는 글을 이렇게 길게 쓴다. 지금은 서울 가는 기차 안이거든. 딱히 할 게 없으니 글로 시간 죽이기. 서울역 가서 다시 내려가는 기차 타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감사한날

#강사의본질

#도시탐색

#이러다_여행작가한다고_덤비면_어쩔티비



정동진 스케치 사진.

NO 보정컷


매거진의 이전글 목포 살아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