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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꽃이 질 무렵[완결]

제20화: 불꽃이 남긴 이름

by 나바드

3월 1일, 새벽이 오기 전.

숲은 적막에 잠겨 있었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낮게 속삭였다. 어둠 속에서 의병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일본군의 행군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대규모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혁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눈빛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오늘, 우리는 역사를 새길 것이다.”


박차정이 낡은 폭탄을 손에 쥐었다.

그녀의 손끝이 떨리지 않았다.

김명규, 김갑, 후세 다쓰지, 그리고 이름 없는 의병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지막 싸움을 준비했다.


“이 깃발을 기억하라.”


거북선 깃발이 조용히 바람을 탔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든 깃발 아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모인 자들이었다.


일본군이 숲을 가로질러 다가왔다.

군화가 땅을 짓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신호탄이 하늘로 솟구쳤다.

붉은 불꽃이 밤하늘을 가르고 터졌다.


“지금이다!”


장혁이 외치자, 사방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의병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김갑이 적의 진형을 향해 총을 쏘았다.

박차정은 불붙은 폭탄을 던졌다.

폭발이 일어나며 일본군 대열이 무너졌다.


숲속에서는 창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명규가 적군과 맞섰다.

일본군 장교가 검을 휘둘렀다.

순간, 후세 다쓰지가 몸을 던져 막아섰다.


“나는 일본인이지만, 너희와 함께하지 않는다.”


그의 칼이 일본군 장교의 심장을 꿰뚫었다.

장혁이 검을 휘둘러 또 다른 적을 쓰러뜨렸다.

의병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다.


“이곳이 우리의 마지막이 아니다!”


김갑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월 1일, 이 전투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조선의 자유를 위한 외침이었다.

그들은 쓰러졌지만,

그들의 정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숲 너머, 일본군의 깃발이 쓰러지고,

거북선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의병들은 승리했다.

그날, 그들은 이름 없는 전사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불꽃은 영원히 빛날 것이었다.


3·1절을 기념하며


이 글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 없는 독립군과 의병들에게 바칩니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합니다.


이제, 그들의 이름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들이 지켜낸 이 땅에서 우리는 다시 피어나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동안 『오얏나무 꽃이 질 무렵』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소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잊혀진 영웅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헌사가 되길 바랍니다.


역사적 사실 및 인물 각주

3·1운동과 의병 -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독립 만세 운동이 일어났으며, 당시에도 곳곳에서 의병 활동이 지속되었다.

후세 다쓰지 (1879년~1953년) - 일본 출신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로, 조선 독립운동을 지지하며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였다.

거북선 깃발 - 조선의 상징이자, 독립운동가들에게 용기를 주는 상징적 깃발로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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