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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계동길

29화. 한 해의 끝에서, 다시 만나는 사람들

by 나바드

계동리의 창문 너머로 겨울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계절의 따뜻했던 바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엔,
연말을 알리는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계동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불빛을 비추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도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12월 31일, 이곳에서 다시 만날 준비를 하기 위해.


1. 헌법재판소 판사들, 그리고 한 해를 돌아보며

문이 열리며 임관훈, 최용찬, 박지윤이 들어왔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자연스럽게 계동리로 향했다.

주인장이 익숙한 듯 물었다.


"오늘도 야근이셨나요?"


최용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그냥 일상입니다."


박지윤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말했다.


"연말이 되니까, 올해 우리가 내린 판결들을 돌아보게 돼요.
우리가 정말 좋은 판결을 했는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는지."


임관훈이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답은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 아닐까요?"


주인장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판사라는 증거 아닐까요?"


그들은 조용히 잔을 부딪쳤다.

최용찬이 말했다.


"아, 사장님. 12월 31일에 연말 파티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곳을 찾았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다시 모이는 날이 될 것 같아서요."


박지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도 빠질 수 없겠네요."


2. 환경미화원과 폐지를 줍는 할머니, 그리고 따뜻한 약속

늦은 밤, 주인장이 가게 문을 닫고 나설 때쯤,
멀리서 환경미화원 김 씨 아저씨와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보였다.

그는 조용히 다가가, 준비해 둔 따뜻한 커피와 크래커를 건넸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 씨 아저씨가 피곤한 얼굴로 커피를 받아 들었다.


"사장님,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 하셨나요?"


주인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계동리를 지키는 분들께 작은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할머니가 크래커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여기 오는 게 참 좋네. 따뜻한 곳이 있구나, 싶어서."


김 씨 아저씨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런데, 12월 31일에 여기서 파티 연다면서요?"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랜만에 계동리를 찾았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될 거예요."


할머니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와도 되겠나?"


주인장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이곳은 늘 열려 있으니까요."


3. 동네 자영업자들, 그리고 함께하는 의미


다음 날 저녁, 계동리에는 계동 근처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모였다.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

가구 공방을 운영하는 임수정, 화실을 운영하는 강우진.

그들은 계동리 한쪽에 앉아 와인과 맥주를 나누고 있었다.

임수정이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우리도 이렇게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강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원래 가게 사장들은 자기 가게에서 연말 보내기 바쁜데."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 부부 중 남편이 말했다.


"이곳은 그런 의미에서 참 특별한 곳이죠."


주인장이 다가와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12월 31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겁니다.
여러분도 꼭 함께해 주세요."


그들은 조용히 잔을 부딪쳤다.


"그럼, 그날은 계동리에서 보내야겠네요."


4. 김민석과 최소현, 그리고 함께하는 무대

늦은 밤, 문이 열리며 김민석이 들어왔다.
그는 기타를 들고 여느 때처럼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최소현이 들어왔다.
그녀는 조용히 김민석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12월 31일, 당신이 계동리에서 공연한다면서요?"


김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날, 계동리를 찾아왔던 모든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최소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도 그날 여기 있을게요."


김민석은 기타를 조용히 튕기며 말했다.


"그날, 같이 노래를 들어줄래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날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날이니까요."


5. ‘계동리 사람들’ 노트에 남겨진 흔적

그날 밤, 한 손님이 바 한쪽에 비치된 ‘계동리 사람들’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남겼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이곳이 언제나 그랬듯, 변하지 않는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주인장은 노트를 덮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31일을 떠올렸다.

이곳을 찾았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었다.

헌재 판사들, 환경미화원, 폐지를 줍는 할머니, 동네 자영업자들,
의사들, 방송국 PD, 그리고 계동리를 스쳐 갔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계동리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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