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다시 만나는 사람들
봄의 기운이 조금씩 스며드는 계동리.
창가에 드리운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어느새 계동리는 다가오는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도, 문이 열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물렀던 사람들이 다시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윤석진이 들어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었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는 익숙한 자리로 향하며 자연스럽게 맥주를 주문했다.
주인장은 잔을 내리며 물었다.
“퇴직 후의 첫날은 어떠셨나요?”
윤석진은 조용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신기했어요.
40년 동안 했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련한 기분이 들더군요.”
주인장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정말 윤석진 님의 시간이니까요.”
그는 조용히 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건배를 하려고 합니다.”
그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게 안을 울렸다.
문이 다시 열리며 김봉준, 임수정, 유진수가 들어왔다.
그들은 오랜만에 다 함께 계동리를 찾았다.
주인장은 익숙한 듯 물었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요?”
봉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우리끼리 약속한 날이었죠.”
진수가 맥주잔을 들며 말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우리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수정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오늘도 이곳에 왔어요.”
주인장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들의 잔을 채웠다.
“언제든 편하게 오세요.
이곳은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들은 조용히 잔을 부딪치며, 다시 계동리에서의 밤을 맞이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희재 PD가 들어왔다.
그는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익숙한 듯 소주를 주문했다.
주인장이 물었다.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됐나요?”
희재는 조용히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완성됐어요.”
그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제 마지막 편집만 남았어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서,
한 편으로 끝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주인장은 천천히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희재는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이어가 보려고요.”
주인장은 잔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
“좋은 결정이네요.”
희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늦은 밤, 문이 열리며 최소현이 들어왔다.
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잠시 후, 김민석이 기타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오늘도 오셨네요.”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전히 이곳이 편하니까요.”
김민석은 기타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주에, 이곳에서 작은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최소현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
“정말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12월 31일에,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연말 파티를 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녀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좋은 시간이 되겠네요.”
김민석은 살짝 웃으며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다.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고
새로운 시간으로 걸어간다”
그들은 조용히 노래를 들으며, 다가오는 연말을 떠올렸다.
그날 밤, 한 손님이 바 한쪽에 비치된 ‘계동리 사람들’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남겼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만난다.
어느 계절이든, 어떤 시간이든.”
주인장은 노트를 덮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씩,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계동리는 여전히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