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하얀 방, 그녀의 눈빛은 아직도 내 곁에 있다
모든 기억은 하얀색으로 시작된다.
다섯 살의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단지 깜빡이는 눈동자 하나로
이 세상에 붙어 있었다.
의사 가운도 하얗고,
벽도 하얗고,
천장도 하얗고,
삶과 죽음을 나누는 선조차
하얗게 번져 있었다.
삑, 삑, 삑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은
그 반복되는 기계음에 매달려 있었다.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은
인공호흡기 같은 존재로서,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있었다.
옆 침대.
똑같이 깜빡이는 아이.
우리의 눈이 만난 순간,
나는 본능처럼 알았다.
그녀가 먼저 갈 거라는 것을.
그녀의 마지막 눈빛은
“왜 너는 살아?”였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물음은 뇌에 깊숙이 박혀
지금까지 썩고 있다.
그날 밤, 그녀는 떠났다.
나는 남았다.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단 한 번도 살아낸 적은 없다.
죽지 못한 시간,
숨만 쉬는 서사,
그리고 매일 밤마다
되돌아오는 그녀의 눈빛.
내 삶은 고작해야
누군가의 죽음 위에 얹힌 잔여물이고,
덤처럼 끌고 다니는 몸이다.
수면제와 항우울제,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약으로 버티는 하루는
삶이 아니라 유예된 죽음이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그녀가 죽은 이유,
내가 살아남은 이유,
신의 의도.
하지만 지금은 다 부질없다.
신도 이미 우리를 잊었다.
이제는 꿈에서도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깜빡일 뿐이다.
그 마지막 눈빛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진 그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
내일 아침, 나는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슬프지도 않다.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도.
이 글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것도,
나를 구원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죽음을 준비한 자가
남겨두는 메모,
또 하나의 고해성사,
그리고 누구도 읽지 않을 자서전.
그녀는 죽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이제,
균형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