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아침에 일어나니 7시였다. 평소보다 1시간을 늦게 일어났다. 음악명상을 할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현관이 있는 거울을 보면서 축복의 에너지를 잠시 느끼고 출근길에 나섰다. 좋은 기분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었다.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기차역에 내려 걸으면서 빛명상을 했다. 빛명상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것은 없다. 온몸으로 쏟아지는 빛을 축복의 에너지라고 느끼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싱그러운 빛을 쐬니 기분이 좋아졌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무실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기분이 침울할 때 찾는 숲길로 방향을 틀었다. 금강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내온 나무와 수풀들이 빼곡했다. 부쩍 늘어난 겨울철새들이 발걸음에 놀란 듯 날아갔다. 미안한 마음에 발소리를 죽여봤지만 이미 새들을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나의 욕심 때문에 평온함을 즐기고 있던 새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들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들어섰는데 미안함이 여운처럼 가시지 않았다.
오늘은 서울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짓고 10시에 동료들과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오랜만의 출장이라 설렘과 흥분이 일었다. 군포를 거쳐 목적지인 명동에 도착했다. 차가 막히지 않아 예정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명동에 오니 옛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십여 년 전, 충무아트홀에 근무할 때 자주 찾았던 명동예술극장과 신세계백화점 그리고 은행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장 젊고 화려했던 30대를 보낸 그 시절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웠다.
오후 4시 무렵, 출장일을 마치고 대전으로 내려가려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언론 기사에 안 좋은 뉴스가 떴어요. 빨리 확인해보세요.”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우리 회사와 관련해 좋지 않은 기사가 보도되었다. 어제저녁, 12월로 예정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에게 보낸 내용이 문제였다. 대표님께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표정이 금세 굳어지셨다. 순간 자책감이 솟구치면서 모욕감과 수치심이 밀려왔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올라다 본 서울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깊은 고요함을 안겨주는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오늘 느꼈던 감정들을 정화했다. 특히 오늘은 평소보다 기분 나쁜 감정들을 더 많이 경험했기에 자존감을 깨우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모든 감정을 경험하면서 삶을 여행한다. 기분 좋은 감정은 그 감정대로, 기분 나쁜 감정은 그 감정대로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그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우리는 삶을 소명대로, 생각대로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삶을 풍부하게 경험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기분 나쁜 감정을 통해 기분 좋은 감정을 더 섬세하고 밀도 깊게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