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악몽을 꾸었다. 어제 느낀 모멸감과 수치심 때문인지 뱀에게 쫓기는 꿈을 꾸고 화들짝 놀라서 깼다. 몸서리처지도록 무서웠다. 뱀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다. 식은땀이 나진 않았지만 꿈속 장면이 너무도 생생해 뱀이 이불을 타고 넘어오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감정이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친 걸까? 어젯밤에 음악명상을 하면서 자존감을 깨우고 기분도 전환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오늘도 무척 힘든 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마음이 계속 요동쳤다.
한 시간 정도 잠을 더 잔 후에 씻고 출근을 했다. 아직도 악몽의 기운이 남아 있어 좋은 기분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걸음을 옮기니 기분이 조금씩 상쾌해졌다. 특히 일부러 햇살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걸으며 따뜻한 에너지를 느꼈다. 사무실이 있는 기차역에 내리니 봄날 같았다. 포근한 날씨 속에서 금강변을 빠른 속도로 걸었다. 몸의 열기를 높이면 기분도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몸의 열기와 마음의 상쾌함이 더해져 기분이 평상시처럼 회복됐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은 찜찜했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사무실을 벗어나 햇살에 몸과 마음을 적셨다. 떠오른 겨울 해를 마주 보며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 행복감이 평소와 달리 약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조금은 가슴에 전해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감정을 심하게 겪은 다음날이라 많이 위축됐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일이 잘 풀렸다. 어제 회사와 관련한 언론 기사건도 큰 후폭풍 없이 지나갔고,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들도 한발 한발 나아갔다. 대표님과 직원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줬다. 전반적으로 물 흐르듯 편안하게 흘러갔다.
우리의 모든 일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분이 좋을 때는 돛단배가 순풍을 만난 듯 더 빨리 나가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나가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은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좋은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좋은 흐름이 끊기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모든 일은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 흐름의 한가운데 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