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삶은 불가능한가?

12월 28일

며칠 전, 퇴근길에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이라 시내는 한산했다.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도시는 적막했다. 특히 오래된 재래시장을 끼고 있는 대전의 원도심은 해가 지면 4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196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과 점포들, 황량한 거리 풍경은 밤이 되면 더욱 을씨년스럽다. 그 쓸쓸한 도심의 한가운데서 버스를 탔다.

서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버스에 한 발을 디디고 올랐다. 그러자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 손님! 천천히 조심해서 오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얼굴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기사님의 표정이 감동 그 자체였다. 카드를 찍고 버스 안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서도 기사님은 다른 승객들에게 계속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친절한 기사님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이와 비슷한 일을 2014년 인도에서도 겪었다. 한 달간 떠난 인도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마지막 목적지인 라다크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히말라야의 눈 덮인 설산과 황량한 사막, 그 속에서 흐르는 인더스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풍광을 선보였다. 라다크에 도착한 다음 날, 우리 일행은 인도의 가장 깊은 오지마을인 투루툭으로 향했다. 허름한 로컬버스를 타고 6시간을 넘게 흙길을 달려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버스에는 고단한 여행을 즐거운 여행으로 바꿔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차장이었다. 그는 버스 요금을 받거나 승객들의 짐을 일일이 올리고 내려주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웃으면서 유쾌했다. 차장은 버스가 움직이는 내내 서서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때론 위험하고 때론 버거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환했다. 아직도 그가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남아있다.


이 두 사람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들이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누구보다도 힘들고 괴로운 일을 하면서도 기쁨의 감정을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와 같이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가끔 목격한다. 좋은 일이라고는 찾아보기도 힘든 비루한 일상 속에서 설렘과 열정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기분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다. 영감을 나누면서 사랑이 가득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분명한 비전과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오늘 회사에서 주간회의를 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했다. 적은 예산과 불안정한 경영시스템, 불투명한 국면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부정적인 이야기를 잔뜩 쏟아냈다. 그러자 마음속에서 공허함이 일었다. 왜 좀 더 담대하고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지 못할까?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과연 가슴 떨리는 삶을 살고 있을까? 어려움을 이기는 것은 결국 긍정적인 감정이다. 설렘과 열정, 영감이다. 비전을 명확하게 목적을 숭고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고요한 명상음악을 들으며 가슴 뛰는 삶을 다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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