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기분만 좋으면 된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읽었다. 촉촉한 가을비가 내린 오늘,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 회사 근처의 산에는 소나무향이 짙게 피어올랐다. 숲 속 안개가 산 정상을 향해 피어오르듯 공기 중으로 번져 나가는 소나무향이 어찌나 향긋하고 감미롭던지 갑자기 행복감이 솟구쳤다. 후각을 통해 전해오는 진한 행복감, 행복은 역시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감정이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관념' '목표' '결과' '소유'가 아니라 지금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즉 생존을 위해서 행복감이라는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행복을 오래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일상생활에서 쾌락에 뿌리는 둔, 즐거움이라는 기분 좋은 감정을 자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쾌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교수의 주장은 내가 책과 강연, 칼럼, 방송 등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해 그의 책을 읽으면서 반가움을 깊이 느꼈다. 우리는 행복을 너무도 철학적이고 고귀하게 그리고 목표지향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가슴에 구멍이 난 듯 허망하고, 공허함과 불행감을 더 크게 느낀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의 기분 좋은 감정이다.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만큼 더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일상에서 기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생각이 많아 기분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을 때는 감각을 잠시 열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지 서교수는 행복은 '사람'이 제일 중요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다. 홀로 고요하게 있을 때 느끼는 충만한 감정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지 느껴본 사람을 알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생각도 중요하다. 서교수는 생각을 바꾼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원하는 삶, 원하는 인생을 생각하며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다리를 반쯤은 건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