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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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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Sep 03. 2015

구두수선공

살아가는 일은 어느 표면에서 단련되어 딱딱한 화석이 되어가는 일.

몇 해 전 겨울이었다.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에 길 한모퉁이 구두수선공이 보였다. 그는 모든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만 바라본다. 넌지시 눈빛도 보내고 눈을 마주치면 약간은 작은 목소리로 호객도 한다. 구두의 뒷 굽이 닳아있어 구두방을 찾던 차에 지나던 그에게 나도 눈길이 갔다. 구두 수선을 부탁하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얼른 내게 슬리퍼를 건낸다. 그리고 씨익 웃어보이며 잠시만 기다리라 한다. 구두를 쓱쓱 문지르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보드라운걸 보니 양가죽이네요. 그런데 너무 험하게 신으셨다아- 뒷 굽 윗부분은 수리는 까진거 같아서 어떻게 다르게는 안되고.. 그냥 좀 닦는 수 밖에 없겠는데. 통으로 다 갈기에는 아직 너무 멀쩡하고. 구두 산 메이커 집에 가서 한번 물어봐요. 뭐 내가 해도 되지만, 내가 하는거보다는... 이거는 메이커 구두니까 거기가면 그냥 해줄런지도 모르니까."라고 한다. 

나는 머쓱한 얼굴로 웃어보며 "제가 좀 험하게 신었네요. 근데 이거 메이커라도 세일할때 싸게 산건데..."라며 민망해했다. 그는 약간 미안했는지, 투박한 말투로 "세일할때 사도 뭐 메이커는 메이커니까-" 이렇게 말을 흐렸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금방 구두 굽을 수선하고는 가지런히 내 발 앞에 놓아준다. 낮은 자리에 자신의 위치를 두는 일은 보는 이에게도 얼마나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지 내 마음도 약간 알싸했다. 누구의 세상 살이라도 쉬운 구석은 없겠지만 낮은 자리에서 매사를 꾸려가면서도 구김없는 웃음을 건내는 그 얼굴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수선비를 말할때까지도 그는 비굴함없이 자신이 닦아놓은 구두에 끝까지 시선을 던져두었다. 혹여나하는 마음에 신고 갈때까지도 나의 발만 살펴보는듯 했다. 프로페셔널은 이런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손과 그의 옷 매무새가 새삼 존경스러워졌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고왔다고 생각했다.


구두를 고쳐 신고 나오며 '일의 흔적이 손에 베어 있는 인생이 가장 정직한 삶인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굵은 뼈마디에 손톱이 몇 번은 빠진 것 같은 그 손이 추운 겨울바람에 얼마나 단련이 되었을지 생각을 하면, 살아가는 일은 어떤 표면에서든 단련되어 딱딱한 화석이 되어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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