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리 위로 다른 별빛이 지날 때
내가 깨어 있는 동안 당신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놀라울 줄은 몰랐다. 내가 깨어 있는 동안 당신의 밤을 곧은 마음으로 지킨다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벤트가 되었다. 일상적인 이벤트가 사랑이라면 나는 아마 사랑을 체험하고 사랑 위에 누워 사랑으로 당신을 부르고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함께 웃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 일이 일상의 웃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도 거실의 말라가는 화분처럼 생활의 색이 희미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다만 나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무얼 해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계절을 건너가면 언젠가의 당신은 여전히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는 그 계절을 건너는 방법을 알지 못해 깊고 검은 발치를 보며 눈만 껌벅이게 된다.
성큼 가을이다. 당신은 다시 누릴 수 없는 이 시간과 공간에 가을이 다가온다. 모든 시공간을 함께 누릴 것처럼 약속했지만 결국 우리는 모서리를 맞추어 접을 수 없는 단독의 존재. 우리의 모든 시간은 모든 계절을 동일하게 겪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당신의 날리던 머리칼을 상상하던 시간을 보내며 가을의 한가운데에 섰음을 깨달았다.
당신을 알고 나는 '나에게 상실은 이제 없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허무맹랑하고도 유치한 이 바람은 내가 처참하고도 사소한 인간임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언제나 불가능임을 알면서도 계획하고, 실패를 알면서도 시도하며, 죽음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그 길 끝에 당신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사소한 내가 당신을 밑그림으로 삼아 이 자리에 전시展示된 그림이 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워지고 고귀해진다. 나의 걱정은 내 그림자가 당신의 밑그림이 될 수 있을까, 이다. 사랑이 깊어 계절은 더디게만 간다.
항상 외로움을 놓지 않았던 나는 당신으로 인해 외로움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발 떨어져 외로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파도의 흐름을 보듯 외로움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외로움의 이유가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을 색깔을 갖게 되었다. 언젠가 외로움이 큰 파도가 되어 온 몸에 와 닿으며 부서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실과 외로움의 언저리에 서서 당신을 생각하니 파도의 색이 선명하다. 또렷한 색깔의 파도 위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정치도 화려함도 속임수도 들어올 수 없는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상실의 경계에 희미하게 서 있으니 사랑은 더욱 또렷하다. 결국 내가 서 있는 곳은 돌고 돌아 사랑. 사랑의 언저리를 걸으며 당신으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러나 더 가까이도 못 가고 계절 앞에 서 있다. 방법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면서도 나는 알고 있다. 사랑이 깊어 계절을 건너야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