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진 일기

self-portrait

by 경계선
DSC_5304.jpg 폐장한 해수욕장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싶으면서도 잊지 않으려 애쓴 적도 많이 있다.

기억은 공평하게도 어느 시점의 무언가 들을 하나 둘 지워간다. 사진을 처음 찍게 된 이유는 단순하게도 그것이었다. 지워지는 기억을 백업해보자는 심산. 그런데 사진을 찍으며 문득 먹먹함이 들었다. 되새기지 못하여 기억의 파편을 맞출 수 없을 만큼 망각되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의해 기억된 것들은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셔터를 눌러본다. 의미 없는 사진들만 속출하고, 사진을 찍을수록 재미가 없다. '아! 시각 말고 청각, 후각, 미각, 적지 못한 모든 감각이 들어찬 사진을 찍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과 더불어 아직은 너무도 모자란 사진을 넘겨보며 좌절하고 말았다. '좌절의 끄트머리를 잡고 있는 나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일단 마무리해본다. 하늘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 장소 :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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