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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Feb 28. 2023

고향의 봄

때이른 고향의 봄

고향마을 뒷산너머로

살포시 봄이 앉았다

봄꽃도 피지 않은

겨울산 어귀에도

봄새들이 날아들어

새색시처럼 부끄러운

수다를 떤다


멀리서 봄 강아지

울어 짖는 소리가

그 옛날,

송아지 울음처럼 정다웁고

간간히 봄산이

기지개 켜는 소리에 놀란

고향의 정적은

봄바람에 묻히어

휘몰고 간 자리에

다시 남는다


봄처럼 설익은 햇살이

내려앉은 봄 들녘에는

때 이른 아낙네가

호미를 들었다


좁다란 또랑을 따라

촐촐촐 흐르던

봄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 자던

어린 아가의 뺨에도

솜털처럼 보드라운

미풍이 스치우고

어느덧,

장년의 나이를 먹은

그 시절 아가의

새 봄은

이르지 못한 고향의

봄을 기다리며

고향마을 뒷산너머에서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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