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태어나 홀로 가는 길 아니었던가
다 함께 같이라고 외치던 지난날은
이제,
남해안 검푸른 바닷물에 던져버리리
젖먹이 아가로 자라나
지팡이에 의지하는 칠흑의 노인
수십 년을 마주 잡고도
놓치기 싫었던 인연들
메마른 대지가 갈라 터져
흙을 머금듯
주름에 각인하고
그저,
해 떨어지는 서쪽 바다에 묻어버리리
찬란한 태양을 잉태하는
동해에 서서
금빛 물든 수평선 너머
아른거리는 기억들
만선을 기약하며
먼바다로 나아가는
뱃고동 요란한 어선에 실어 나르리
어제의 노인은
번잡한 상념들이 넘실대는
새벽녘을 붙잡고,
오늘의 노인은
붙잡았던 새벽녘을
놓아주러 바다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