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밤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보고
바로 누워 천장을 쏘아보아도
오만가지 잔상을 채우려는 듯
밀물처럼 쏟아지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상념들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점점 두뇌는 열을 발산하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시작된
어디서부터 출발한
꼬리물기인지 알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고운 모래 백사장에
상념의 두 글자 그려 놓고
밀물과 썰물에게
지워달라 애원하겠건만,
단락만이 유일한 답이 되었다
잠시 단락,
단락과 단락사이
또 다른 물꼬가 트이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상념의 조각들이 틈을 매우더니
어느새
나의 뇌는 무일푼의
쉼 없는 노동을 해대고 있었다
커튼너머로
새까만 밤을 물리고
나의 뇌를 점령해 가는
상념들처럼
서서히 번지는
새벽의 잿빛 그림을 배경으로
결국,
진짜 단락이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