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쉼표,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베짱이 Mar 20. 2023

불면

상념의 밤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보고

바로 누워 천장을 쏘아보아도

오만가지 잔상을 채우려는 듯

밀물처럼 쏟아지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상념들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점점 두뇌는 열을 발산하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시작된

어디서부터 출발한 

꼬리물기인지 알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고운 모래 백사장에

상념의 두 글자 그려 놓고

밀물과 썰물에게

지워달라 애원하겠건만,

단락만이 유일한 답이 되었다


잠시 단락,

단락과 단락사이

또 다른 물꼬가 트이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상념의 조각들이 틈을 매우더니

어느새

나의 뇌는 무일푼의

쉼 없는 노동을 해대고 있었다


커튼너머로 

새까만 밤을 물리고

나의 뇌를 점령해 가는

상념들처럼 

서서히 번지는

새벽의 잿빛 그림을 배경으로

결국,

진짜 단락이 오고야 말았다








이전 04화 할매손은 약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