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S(10)

해군사관후보생

by 글짓는 베짱이

10장. 해군 기초 군사학교 담장을 넘다


임관 후 꿀맛 같은 8박 9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우리 갓 소위들은 해군 교육사령부 예하 기초 군사학교에 입소하였다. 기초군사교육을 받기 위한 5주간의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훈련이 아닌 좌학 위주의 강의였다. 지루한 교육생 신분으로 돌아온 우리는 휴가 동안 군대 밖의 달콤한 콧바람을 잊지 못하여 먼산을 바라보거나 오매불망 주말 외출, 외박만 기다리는 새로운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즈음 귀가 번쩍 뜨일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다. 다른 방에서 교육받는 동기생들 중 일부가 밤에 몰래 기초 군사학교 담장을 넘어 시내 나들이를 갔다 왔다는 소문이 자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소문의 당사자들이 직접 우리 방에 와서 자신들의 모험담을 자랑하는 게 아니겠는가?!

"숙소 뒤편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정문 초소 가기 대략 10여 미터 전쯤 큰 바위돌이 하나 있을 거야~" "오~그거 나도 여러 번 봤지~ 그런데?" 우리 방 동기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촉각을 곤두세우자 더욱 신나서 경험담을 이어갔다 "그 바위 위로 올라서면 담장 위 철조망 일부가 끊겨있고 그걸 살짝 드러내고 그 틈으로 나갈 수 있지~ 헤헤" 그 동기는 돌아올 때 철조망을 반드시 제자리로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방 동기들과 의논 끝에 여섯 명 중 두 명을 제외한 네 명이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거 괜한 짓 하다가 당직 훈육관한테 들키면 난리 날 텐데..." 하는 걱정도 잠시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에이 몰라 나갔다 들어온 동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우리가 들킬라고~"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드디어 취침 점호가 끝나고 우리 네 명은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그 비밀스러운 장소로 향했다. 당직 훈육관이 당직실에 있는 걸 확인한 우리는 재빠른 걸음으로 큰 바위가 있는 담장 앞에 도착했고, 한 명이 올라가 철조망을 흔들자 정말로 1미터가량 되는 부분이 단락 되어 있었다. 상의한 계획대로 그 동기가 먼저 담장에 올라 뛰어내려서 담장 밖 도로를 좌우로 살피며 망을 보면서 신호를 해주면 다음 한 명이 또 똑같이 담장 넘기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넘는 동기가 철조망을 다시 원상회복시키고 무사히 뛰어내렸다.


담장 너머로 모두 뛰어내린 우리는 가로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앉아 길 건너편으로 뛰어가기 위해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앞을 스치듯 택시가 한대 지나갔고, 우리는 택시가 저 멀리 사라질 때 즈음 길 건너편으로 재빠르게 뛰어가서 버스정류장에 몸을 숨기고는 시내로 가는 택시를 기다렸다. 잠시 후 택시 한 대에 몸을 구겨 탄 우리는 비로소 감옥을 탈출한 탈옥수 마냥 깔깔~ 웃으며 2시간 정도 진해 시내에서 콧바람을 쐬고 무사히 복귀했다.


자정이 조금 넘어 살금살금 쥐새끼들처럼 우리 침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데 창문 밖으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함께 가지 않고 남아있던 동기들이 보이지 않았고, 창문 너머로 연병장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대별, 소대별 집합을 하고 있었으며 인원 보고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재빠르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뛰어나가 어두컴컴한 연병장 뒤쪽으로 이동하여 소대를 찾아 맨 뒷줄에 잠입하였다. 다행히 인원 보고 전이라 우리 소대는 문제없이 인원 보고를 통과했다. 그런데, 다음 소대에서 인원 두 명이 없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당직 훈육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네 명이 없을 텐데~ 다른 소대는 인원 이상 없는 거 확실한 거야?" "넵~ 이상 없습니다~!"

성난 훈육관은 두 명이 이탈한 벌로 우리에게 단체 구보를 명령했다. "그 두 명이 나타날 때까지 밤새도록 연병장을 구보한다~ 알았나?" "네~엡!"

그렇게 새벽 구보가 시작되었다. 새벽 뺑뺑이를 몇 바퀴 돌고 있는데 단상 위로 이탈했던 그 두 명이 나타났고 훈육관은 그들에게 '꾸부려'를 명령하고는 이상하다는 듯 큰소리로 이렇게 질문했다.

"근데 너희 두명만 나간 거 확실해? 어느 택시 기사한테 조금 전 신고 전화가 왔단 말이다. 두어 시간 전쯤 기초교 담장 너머로 네 명이 뛰어내리는 걸 봤다고~ 간첩인지 탈영병인지 확인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목이 콱 잠기면서 조금 전 우리 네 명이 담장을 뛰어넘었을 때 스치듯 우리 앞을 지나갔던 택시 한 대가 떠올랐다.


다음날 기상 점호 때까지 어제 새벽 훈육관에게 걸린 두 명의 동기는 단상에서 옆으로 털썩 쓰러져 가며 여전히 '꾸부려' 중이었다. 우리 네 명 때문에 걸린 것 같아 동기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침식사가 꼭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그 담장 밑 바위를 지나칠 때면 그날의 사건 때문에 웃음이 났지만, 우리가 기초 군사학교 담장을 넘은 마지막 놈들이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keyword
이전 09화N.O.C.S(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