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S(9)

해군사관후보생

by 글짓는 베짱이

9장. 가끔 재미있었던 훈련도 있었다.(목욕탕 훈련/민첩성 훈련)


입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저녁식사 후 개인 활동 시간이 끝나자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복장 체육복 지참 세면도구~ 숙소 앞 집합 15분 전~!"

우리는 처음 듣는 생소한 명령에 긴장을 하면서 세면도구 지퍼백을 챙기고 재빠르게 숙소 앞으로 뛰어 나갔다. 인원 보고가 끝나자 훈련관들은 우리를 토끼뜀과 구보를 번갈아 시켜가면서 어떤 건물로 인솔하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 건물 앞 작은 광장에 집합하면서 이곳이 목욕탕이란 걸 금방 알았다.


소대별로 집합 후 인원 보고가 끝나자 선임 훈련관이 목욕탕 사용법과 제한 규칙에 대해 설명하였다.

"소대별로 목욕탕에 들어가서 먼저 탈의실 서랍에 옷을 벗어 넣고 세면도구 지퍼백만 가지고 탕으로 들어간다. 시간은 총 15분, 샤워를 모두 마치고 이 자리에 전 소대원이 완벽히 집합을 끝낼 때까지의 시간이다. 명심해라~! 알겠나~?" "네~엡!" "그리고 5분 전 호각을 불어줄텐데 5분 전 태도에 맞춰 샤워가 끝나 있어야 하며 배전반에서 모든 전기를 내려버릴 것이다~" "만약 15분 후 한 명이라도 열외 시 그 소대는 숙소까지 토끼뜀으로 갈 것이야~! 알겠나~?" "넵~!"

"샤워를 하라는 말이야? 말라는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1주일간 세면대에서 세수와 머리만 감으면서 근질거렸던 온몸에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15분은 감사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우리 소대 목욕 차례가 되었고, 시계를 쳐다보며 훈련관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자 우리는 긴장된 눈빛으로 달려 나갈 준비자세를 취했다. 삐리릭~ 호각소리가 나기 무섭게 모두들 목욕탕으로 튀어 들어갔다. 처음 들어가 보는 곳이라 우왕좌왕하면서 각기 탈의실 서랍을 찾아 재빨리 옷을 벗어던지고 탕으로 뛰어들어갔다.

보통 동네 목욕탕처럼 가운데 뜨거운 물이 가득한 큰 탕이 하나 있었고, 사이드 벽면에는 샤워기들이 일렬로 20개 이상 매달려 있었다.


나는 샤워기로 달려가 그동안 닦지 못했던 부위(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위주로 비눗물을 묻히고는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을 틀었다. 아~ 정말 살 것 같았다!

1주일간의 긴장감과 피로감이 따뜻한 물에 씻기면서 오랜만에 행복감이 밀려왔다. 휘파람이라도 불어가면서 이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즐기고 싶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동기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듯 탕에 들어가 지그시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대어 있었고, 또 몇몇은 벌써 만족스러운 샤워가 끝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유리문 밖에서 내부를 쳐다보는 훈련관의 모습이 보이자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와 젖어있었던 잠깐의 행복감을 칼로 자르듯 샤워기를 끄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집합 장소로 뛰어갔다.

그때쯤 안에서 훈련관의 호루라기 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순간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목욕탕 안은 그야말로 캄캄한 암흑으로 변했다. 동기 소대장이 인원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직 4명이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걸로 파악되었고 그들은 탕 안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던 그 동기들이었다. 그때, 허겁지겁 체육복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상태로 한 명은 머리에 샴푸 거품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또 한 명은 신발을 질질 끌며 상의도 걸치지 못하고 나오는 모습들이 안쓰럽고 우스워 보여서 배꼽을 잡았다.

목욕은 1주일에 한 번씩 했는데, 한주 한주 갈수록 목욕 시간을 줄여가면서 나중에는 총 5분으로 시간을 줄였지만 익숙해진 우리는 충분히 씻고 나올 수 있었다. 아니, 꼭 필요한 부위만 말이다.


20221027_214220.jpg [민첩성 훈련 중 한 장면]

어떤 날은 취침 점호를 마치고 빵빠레 대신 민첩성 훈련이라는 것을 했다.

"상의 전투복, 하의 근무복 위에 체육복 , 철모 착용, 왼발 구두 오른발 조깅화! 집합 5분 전~ 실시~!"

[민첩성 훈련 중 한 장면]


우리는 부리나케 튀어 들어가 허겁지겁 복장을 착용하면서 순서를 잊어버려 잘못 착용하기도 하고 서로를 지적해주면서 시간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간이나 복장 지시를 어기면 'PT체조'나 '꾸부려' 등의 벌칙이 있었기에 정신없이 복장을 착용하고 나와서는 서로 다른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 거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 자식들 이빨 보이지 마라~!"라고 호통치는 훈련관들도 우리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꾹~ 참았던 이빨을 슬그머니 들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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