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내 인생

by 나나



지금 나는 아홉수다.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 숫자가 변한다. 어릴 적 상상 속 이 나이대 모습은 아이들의 엄마이며 유능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둘 다 아니다. 여전히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1인 가구이며 일 하나 하기 위해 여러 번 찾아보고 물어봐야 하는 그냥 직장인이다. 상상 속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9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19살. 가장 두근거리고 설렜던 아홉수가 아닐까. 고3이라는 압박이 있었지만 곧 성인이 된다는 생각에 두근거렸다. 내년에는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힘든 고3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20살이 되던 1월은 그동안 못했던 일들로 가득했다. 주량을 알지도 못한 채 호기심에 술을 마셨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19세 관람불가 영화를 심야에 보기도 했다. 청소년이라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9살. 너무 괴로운 나이였다. 주변에서 다 결혼하니 나도 해야 하나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스스로를 뒤처져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30살이 왜 그리도 나이 든 사람처럼 느껴졌을까. 푸릇푸릇한 젊은 날이 끝났다는 생각에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사실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39살. 중년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었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간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지는 않다. 이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부모님의 나이가 보인다. 그동안은 나만 보였다. 부모님은 항상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나이가 늘어가는 만큼 부모님의 나이도 늘어가는 게 느껴진다. '다음 나의 아홉수에도 살아계실까? 살아계시겠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체력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다음 아홉수에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지금과 같을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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