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손꾸락

#나의 이야기

by 나나

"그만 좀 뜯어라."

종종 옆에 앉은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의 취미는 손 뜯기다. 정확히는 손거스러미 뜯기. 할 일 없이 앉아 있을 때면 여지없이 뜯는다. 아니 할 일이 있어도 뜯는다.

이러한 정서불안 행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다는 손 빨기. 7살,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손을 빨았다. 나름 불안을 잠재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었으리라. 얼마나 열정적으로 빨았던지 엄지손톱의 모양이 달라졌다. 달라진 손톱을 보고 있노라면 애기들 코 높아지라고 만져주는 게 헛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손을 빨지 못하게 하니 뜯기 시작했다. 애초에 건조한 살결을 타고난 탓에 뜯을 수 있는 거스러미가 많았다. 하루 한 번 꼭 피를 보고는 했다. 피가 나면 입에 넣어 쪽쪽 빨아 지혈하거나 휴지로 툴툴 감아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너무 뜯어서 지문이 사라질 정도였다. 민증 제작을 위해 지문을 찍어야 하는데 찍을 지문이 없어서 여러 손가락을 여러 번 찍었다.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다. 세로가 짧고 가로가 넓은 개구리 손톱 모양도 교정할 겸 마음의 안정도 찾을 겸 네일아트도 해봤다. 그러나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남들보다 손가락 끝까지 손톱이 붙어 있는 탓에 조금만 길어도 손톱이 손가락 밖으로 튀어나와 걸리적거린다. 이 걸리적거림을 참지 못하는 나에게 네일아트는 인내심 테스트와 같았다. 결국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 '어차피 가꾼다고 달라지지 않아.'


조금만 신경 쓰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핸드크림을 자주 바르면 뜯고 싶어도 뜯을 거스러미가 없다. 그마저도 귀찮아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어차피 달라지지 않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일찍 포기해 버린다. 그렇지만 뜯으면 또 뭐 어때. 누가 내 손만 주야장천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손을 희생하고 마음이 좀 더 편해진다면 다행 아닌가. 이런 손이 있으면 저런 손도 있는 거지. 이런 내 손 보다가 밉게 느껴지면 저런 기타리스트의 기다란 손을 보면서 대리만족 하고, 수빈이의 섬섬옥수를 보며 설레어하면 된다. 이런 게 덕질의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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