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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 Aug 17. 2019

넷플릭스 페미니즘 미드 추천 <투카&버티>

페미니스트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시트콤

일단, 가볍다!

이 드라마는 가볍다. 그리고 재밌다. 저녁에 퇴근하고 피곤한 채로 넷플릭스를 켰을 때, 심각한 내용의 스릴러를 집중해서 보는 것도 필요할 때, 가볍게 핸드폰 만지며 보기 좋다. 시답잖은 코미디는 심슨의 그것과 같으나 페미니스트로서 불쾌한 내용은 없다. 시간도 30분 남짓. 인트로에 출렁이는 가슴의 모습은 자칫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몸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 싶지만,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다보면 알게 된다. 브라를 입지 않은 이것, 때로는 출렁이고 그래서 경쾌한 여성의 가슴을 보편적인 인간의 가슴으로 그렸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인트로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더이상 대상화된 존재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걸 말이다.

출렁출렁, 안녕 이게 바로 인간의 가슴이란 거야!


늘 존재했지만 들리지 않았던 이야기, 여성의 우정

  이 드라마는 30대 여성인 투카와 버티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의 삶에 힘을 불어넣어주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우정은 우리가 보아왔고 겪어왔던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적여 프레임'으로 가득찬 여성혐오 컨텐츠들 속에서 로맨스도, 브로맨스도 아닌 여성들의 우정 이야기는 보이지 않곤 했던  이것이 바로 <투카&버티>가 보편적인 이야기이되 희소한 컨텐츠인 이유다.

걷자, 여자답게!


여성의 삶에서 겪는 폭력들

드라마 <투카&버티>는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시며 볼 수 있는 코미디 애니메이션이지만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상 모든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여성의 삶 속에서 때때로 마주치는 성적 괴롭힘(sexual harrasment)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성적 괴롭힘에 대한 드라마의 연출이 훌륭한 것이, 성적 괴롭힘 당시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긴가민가' 싶은 점을 성적 괴롭힘으로서 가시화하는 연출이다.


**이 내용부터는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긴가민가1. "그래서 딱 붙는 스웨터를 입은 거예요?"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싶어진 우리의 버티. 버티는 직장 동료 더크에게 승진 경쟁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할 계획임을 알려준다. 그러자 미국판 한남 더크의 대답

그래요? 그래서 오늘 딱 붙는 스웨터를 입은 거예요?
당신이 뭘 부탁하든 홀랜드가 다 들어줄 거예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다들 이런 순간엔 당황하여 아무 말하지 못한다. 버티도 그렇다. 그러자 너무나 빡친 버티의 왼쪽 가슴이 몸에서 튀어나온다.

싫어! 진짜 싫어! 이 쓰레기랑 같이 있는 건 이걸로 끝이야!

  처음엔 당황하고, 그 다음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나날을 보내던 버티는 정면대응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지지자가 없는 회사에서 어렵기만 한데... 우리의 버티는 어떻게 해결할까?



긴가민가2. 내가 좋아하는 그남자의 부담스러움

  요즘 버티는 고민이 많다. 남자친구 이외에 설레는 남성이 생겼기 때문. 고민하던 버티는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빵사인 그 남자로부터 빵 만드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그저 빵만드는 법을 제대로 알려줄 뿐이라고 하지만, 버티에게 있어 불쾌하고 불편하다. 당황한 버티는 이 일을 일단 잊고 지나가기로 하지만, 잊는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버티를 뒤이어 들어온 신입 직원이 강하게 문제제기 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던 버티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왜 나는 저러지 못했을까?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버티는 어떻게든 해결해보려 한다. 가해자에게, 이 문제에 맞서보고자 한다. 이번에도 투가의 지지와 연대에 힘입어!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 여성의 삶

투카&버티의 제작자 리사 하나왈트는 이 드라마가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고 설명한다. 경쾌하고 코믹하게 여성의 삶을 그려냈지만, 여성이기에 겪는 젠더폭력들이 일상적으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폭력들이 너무 무겁지만은 않다. 폭력 피해만이 피해자의 삶을 규정할 수 없듯이 우리의 여성 주인공들은 툭툭 털어내며 피해자에서 삶의 항해자로 나아간다. 그 툭툭 털어내는 과정에서 여성 친구의 연대와 지지는 큰 몫을 한다.


  드라마를 보며 생각하곤 했다.

왜 이제서야 나온 걸까?

  여성들끼리의 우정, 여성의 삶에서 겪는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삶들. 우리가 목격한 바 있으며 또한 경험한 적 있는 삶들이다. 2019년, 이제서야 여성의 이야기가 대상화되지 않은 채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코믹하게 묘사된 시트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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