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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값과 결혼의 상관관계

나는 왜 결혼이 하고 싶을까

by 위기회

호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연락처를 받아 철학관에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호은이 말대로 꽤 용한 곳인지 지금이 12월인데 내년 10월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니 뭐라고? 나는 당장 내 운세가 궁금한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더 빨리 안되냐고 물어보니 취소자리가 생기면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사주를 많이 본다니 놀랍다.


꼭 연락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명한 맛집에 줄 서보기는 했어도 용한 철학관에 대기하는 건 또 처음이다. 바로 사주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더 궁금하다. 그러다 문득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재미로 보고 싶은 거야?


아니, 사실은 연애와 결혼운을 알고 싶어서 사주를 보고 싶었다. 내 인연의 짝이 있긴 한지, 있으면 언제 만나는지, 내가 결혼을 할런지, 결혼을 하면 언제 하는지, 결혼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사주를 보고 싶었다.


제가 결혼을 하나요? 언제요? 누구랑요?
결혼하면 잘 살아요?


그럭저럭 적당히 만족하며 회사에 다니고 있고, 감사하게도 일상에서 소확행 한다. 평온한 일상에서 내게 남은 큰 변수는 연애와 결혼이다. 요새 고민이 연애와 결혼이라니. 한편으로 배부른 소리 하는 거 같지만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다정한 연인처럼, 편안한 친구처럼 행복하게 재밌게 살고 싶다. 아직은 결혼과 함께 껴안아야 할 힘듦보다 기대감에 마음이 기운다.


직전에 헤어진 남자친구와는 결혼 때문에 헤어졌다. 나는 결혼이 하고 싶어졌고, 그는 아직은 결혼생각이 없었다. 나도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결혼 생각이 없는 그를 설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당장 그와 연애하는 건 좋지만 우리가 먼 훗날 결혼에 대한 입장 차이로 헤어지면 이 시간이 시간낭비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놓았고, 그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했다.


헤어지는 날 그가 나한테 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냐고 물어봤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라는 로맨틱한 말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 사는 집 전세계약이 끝나면 그 뒤엔 신혼집에 살면 좋을 거 같아."라고 말해버렸다.


내 말을 듣는 그의 얼굴은 '그게 말이야, 방구야'같은 표정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이별을 앞당긴 건 나였던 거 같다. 그와의 연애는 편안하고, 재밌고(우리의 취미는 맛집탐방), 무탈했으나 함께 하는 미래가 불확실했다. 나는 그 불확실함이 리스크, 시간낭비, 미래에 할 후회라고 여겨졌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는데 당시 나의 마음은 그랬고 최선의 선택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미래를 위해 당장의 즐거운 연애를 포기하는 선택이었다.


내가 결혼 생각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그와 즐겁게 연애를 했을 것 같은데(서로 노는 게 잘 맞는 편이었다.) 서울 집값과 부동산 뉴스가 내 귀에 들어오면서 나는 '서울에서 살려면 결혼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래야 둘이서 돈을 모아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만약에 지방의 소도시에 살았으면 3~4억 정도로도 꽤 괜찮은 20평대 아파트에 살며, 집도 내 스타일대로 꾸미고, 만족스러운 싱글 생활을 하지 않을까?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도 좋고 아니어도 크게 상관없는 쿨한 태도이지 않았으려나?


주변의 누군가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보다 결혼해서 어디에 아파트를 샀다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비슷하게 직장생활을 했던 친구가 결혼하면서 서로 모은 돈과 대출을 합쳐서 마포구 구축 아파트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웠다. 네이버부동산으로 그 동네의 집값을 가늠해 보며 8~9억이라고?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액수인데 둘이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탄식했다.


서울의 부동산 집값이, 입지 좋은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고 직장인인 나의 혼자 수익으로는 갭투자를 감당하려 해도 정말 그 갭이 너무 벌어져 엄두가 안 난다. 사실 서울뿐만이 아니라 광명 등 경기도도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족히 3억은 될 것이다. 그럼 신용대출 포함해서 3억이 있어야 하고, 내가 서울에서 따로 살 집의 보증금도 있어야 하는 현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아 나는 언제 서울에서 내 집마련 하냐, 월급 다 모아도 가능한 건가 싶다. 물가상승률에 대비해 매년 2% 정도 오르는 월급은 거의 안 오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럼 나는 나와 같이 빚을 갚아나갈 배우자를 찾는 것인가? 머릿속이 괜히 복잡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난 낭만파라,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랑 없이는 결혼할 수 없다. 이러니 더 연애가 힘들지.


이런저런 생각해 보니 결론은 하나다.


도사님, 저 로또 당첨 되나요? 저 부자 되나요?


조상님들이 꿈에 나와 로또번호를 알려주면 좋겠다. 결혼 상대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내가 부자가 되면 좋겠다. 아무래도 철학관에 가서 내가 부자가 될 사주인지 물어봐야겠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부동산에 관심있는 다른 30대 싱글들의 생각도 궁금해지네요. 오랜만에 생각이 흐르는대로 글을 적었어요. 따뜻한 라뗴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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