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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해낸다

단, 부동산에(매매, 전세, 월세) 주의하세요

by 위기회

하고 싶거나 끌리는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해 보는 편이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는 살지 말지 고민하면서도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경험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일에는 꽤나 적극적이다. 돈을 벌어서 좋은 점도 먹고 싶은 빵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점과 내돈내산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원데이 클래스도 잘 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것들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도자기 공방에서 그릇 만들기, 피아노 레슨, 백설기 앙버떡 만들기, 민화 그리기 등 그때그때 흥미로운 것을 것을 발견하면 해보았다. 원데이클래스는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활기를 주었다. 그중 도예는 손으로 흙을 빗는 느낌이 좋아서 언젠간 정규 수업을 듣고 싶다.(왜 언젠가냐면 생각보다 금액이 비싸서 일단 킵) 또, 빵순이라서 빵 만들기, 도자기 물레, 오일페인팅, 드럼도 배우고 싶다.


원데이클래스 말고 꾸준히 하는 취미생활은 아무래도 운동이다. 발레, 요가, 헬스, PT, 필라테스, 수영 등 운동은 하나를 정하면 3개월 이상 꾸준히 했다. 홈트에 취미를 붙이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운동할 의지를 돈으로 사는 사람이다. 거 참 돈 쓰는 기계가 따로 없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운동은 필라테스이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 자세가 곧고 코어힘이 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만 들어서 코어는 없다. 뱃살 눈감아) 부자가 되면 꼭 1:1 필라테스를 듣고 싶다. 언제 부자가 될 수 있지?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근하고 종로 YBM 학원을 9개월 동안 다닌 적이 있다. 퇴근하고 피곤해서 집에 눕고 싶은 날에도 어찌어찌 유혹을 잘 이겨내며 출석을 했다. 정말 일단 학원을 등록하면 미래의 내가 꾸역꾸역 가긴 한다. 이래서 엄마들이 자식들을 관리형 학원에 보내나 싶다. 돌이켜 보면 퇴근하고 어떻게 학원 숙제도 하고, 주 2회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영어 수업을 들었나 싶지만 막상 또 하면 하게 된다.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 거 같다.


원데이클래스, 영어학원, 운동 센터는 실패의 부담이 적다. 재미없거나 적성에 안 맞으면 다음엔 안 하면 그만이다. 정 안되면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환불을 받으면 끝이다. 지속 기간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이다. 운이 좋게 잘 맞으면 계속하는 거고 아니면 그쯤에서 멈추면 된다. 그래서 도전하는데 부담이 덜하다.


일단 저지르고 미래의 내가 수습하면서 경험하고, 배우고, 도약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를 행동파라고 여기며 생각은 짧게 하고 우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오랜 고민 보다 추진력과 결단력이 나의 강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부동산 구매는 추진력으로 잘했다고 하기엔 엄청난 비용과 마음고생을 수반한다. 지난해 내 인생의 최대 쇼핑을 하고 6개월 뒤에 후폭풍을 씨게 맞았다.



현세입자: 두달 후에 이사 나가려고요
부동산 사장님: 전세금이 많이 빠졌어요


어른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정말 절절하게 실감했다. 그 수습에도 돈이 드는 일이고, 그 돈의 규모가 몇 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니 밤에 자다가도 눈이 떠졌다. 용감한 행동파가 부동산, 수도권 아파트, 갭투자, 생애 첫 주택 매수의 경험의 쓴맛을 씨게 맛보았다. 지금은 다행히 수습이 돼서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다.


갭투자 했다가 역전세 맞고, 세입자 안 구해져서 멘붕이었던 시간이었다. 자동차도 구매보다 유지에 비용이 더 드는 것처럼, 아파트 매매도 내가 감당할 깜냥이 되는지와 자금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는지를 살펴봐야겠더라. 산다고 끝이 아니다! 내가 이걸 보유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영끌했다가 영혼이 디멘터(해리포터에서 영혼 가져가는)한테 먹힐 뻔했다. 일단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해낸다는 나의 인생 지침에 수정을 합니다.


일단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해내긴 합니다만, 너무 고생스러울 수 있음

특히 부동산에 주의하세요. (매매, 전세, 월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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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평범한 30대 직장인(미혼)이 어떤 계기로 첫 주택을 매수했는지,

현 세입자가 이사를 간다고 한 뒤 역전세, 집 보러 오는 사람 없음, 오래된 구축 아파트 전세 빼는 상황을 적을게요.

브런치에 부동산 관련 글을 적을 줄은 몰랐지. 부동산의 기회비용은 그 간의 어떤 경험보다 매콤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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