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싱글 여성이 부동산 투자를 한 이유
때는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주식과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고 연일 뉴스에서는 서울 부동산 집값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떠들었다. 부동산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내 귀도 팔랑거렸으니 고점의 신호였다. 마치 어떤 소문이 나에게 까지 들어오면 그 소문은 이제 만천하가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이고,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어떤 주식 종목을 말하면 그 주식도 오를 만큼 올랐다는 말이다.
그때 처음으로 부동산에 눈을 떴던 거 같다. 몇억씩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며 이 가격을 받아주는 매수자가 있는 시장이 신기했고, 비싼 아파트일수록 더 빠르게 더 높이 껑충 가격이 뛰는 걸 실감했다.
그때 부동산을 샀으면 고점을 잡았을 일인데 다행인지 당시엔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다. 그저 집을 사고 싶다며 군침만 흘리는 수준이었다. '직장인 월급으로 어떻게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지?'라는데 의문을 품고는 계산기를 두드려 볼 뿐이었다. (삐빅. 이번 생에는 불가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취방 근처의 대단지 아파트였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가 서울에서 입지와 상품성 좋은 아파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친구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갔다가 호갱노노를 켜보는 일도 자주 있었다.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아파트도 10억이 넘는 것을 보며 실소가 나왔다. 본가가 지방이라 지방에서 초중고를 나온 나에겐 서울 부동산 가격이 더욱 생경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구려 보이는 집도 10억이 넘는다니? 서울숲에 놀러 갔다가 성수 트리마제 가격을 보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부동산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타를 맞았지만 재미도 있어서 부동산 유튜브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동안 브이로그, 다이어트, 먹방으로 가득 찼던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부동산과 주식 등 돈 관련된 영상이 노출되었다. 내가 즐겨보던 부동산 유튜버들의 공통된 의견은 무주택보다는 1 주택이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유튜버들이 하는 말을 격언으로 삼으며 오지랖 넘게 결혼하는 친구에게 신도시에서 전세(전세가인데 4~5억) 살지 말고 서울 구축 아파트를 사라던가, 월세 살면서 갭투자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하나에 꽂히면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전세보다는 무조건 월세, 1억 모으면 1억 신용대출받아서 갭투자하기! 를 나의 첫 번째 부동산 목표로 세웠다. (나도 1억 중반의 집에 원룸 전세를 살고 있었다.)
2024년 직장생활 5년 차에 들어서며 드디어 1억을 모았다. 평소에 부동산 이야기를 자주 하는 친구 SON과 만나서 새해 목표를 나누며 "올해는 아파트를 살 거야!"라고 말했다. 행동파답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부동산 강의도 듣고, 틈틈이 온라인 손품도 팔고, 주말에는 임장도 갔다. 직접 임장에 간 건 사실 세 번인데, 인터넷에 워낙 정보도 많고 나의 예산이 한정적이라 선택할 후보도 제한적이었다.
2억 갭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갭투자 하려니 2억이라는 돈이 별 거 아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서울에 조금 괜찮은 아파트의 가격은 너무 비쌌고 갭도 3억 정도는 필요했다.
돈을 더 모으고 내집마련을 할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나의 결심을 미루고 싶지 았았다. 또 1억을 모으려면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 사이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거 같았다. '적게 먹고 적게 싸자'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내가 가진 예산으로 작게나마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결혼 안 할 거야? 지금 돈 저축하고 결혼할 때 예비 남편과 돈을 합치면 더 상급지의 아파트를 살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지금 사려고 해? 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혼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내 결심을 유예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에 집 사고 싶어 무새였던 거 같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엔 집을 샀을 거 같지만.. 대신 조금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이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에 이어서) 모르겠다. 누가 나를 말려~ 남이 말해주는 것보다 역시 내가 직접 겪는 게 직빵이다.
이문동, 철산동에 구축 아파트를 사고 싶었는데 2억 갭으로는 5천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보태보태병처럼 내 눈은 더 좋은 아파트를 원했지만 내가 가진 돈은 2억 뿐. 다시 정신 차리고 내가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의 후보를 추리고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2억 갭으로 매매하려고 합니다. OO 가격으로 나온 매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내 매수 희망가는 23년도 1월 가격이었다. 내가 아파트를 매수한 24년 중순은 서울 아파트들이 다시 고점을 회복하던 시기였다. 21~22년도 부동산 가격은 신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장이었다가, 정부의 대출 규제로 22년도 말부터 23년 중순까지 하락장이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버블이라는 뉴스가 나왔고, 대출을 틀어 막아서 부동산 거래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24년도에 들어서며 차츰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들어 차츰 가격을 회복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부동산 흐름을 보면서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이고(공급 부족, 건축비 상승), 지금은(24년도 중순)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쫄보라서 주식에는 많은 돈을 넣지도 못하고, 다른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라 그냥 똑똑한 한 채를 사서 갈아타기 하며 부를 키우고 싶었다. 마음은 굳혔으니 이제 좋은 매물이 나타나길 기다릴 뿐이다.
+ 참 적고 보니 당시엔 좋을 대로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갭투자로 집을 사서 몇 년 정도 보유하다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차익을 얻고, 또 더 좋은 아파트로 갈아타기만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근데 역시 인생은 이렇게 쉽게만 풀리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무주택보다는 1 주택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글에선 생략했지만 제가 부동산에 눈 뜰 수 있게 도와준 리치언니 BO에게 감사함을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