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급매물이라고 전화가 왔다
출근길 버스에서 루틴처럼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 관심 있는 아파트 단지의 매물과 실거래가를 확인했다. 매수를 희망하는 가격은 23년도 1월에 찍힌 실거래가인데 반면 최근(당시 24년 6월)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매물과 실거래가는 5천만 원 정도 더 비쌌다.
22년 말, 23년 초 공포처럼 급락했던 부동산 가격은 23년 중순부터 조금씩 회복했다. 서울 상급지의 경우엔 이미 21년도의 전고점을 회복했다. 다행인 점은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는 경기도이고 주변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다는 점에서 회복이 더딘 편이었다. 역시 부동산 회복세도 상급지의 좋은 아파트가 더 가파르고 빨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21년부터 24년 초까지 부동산의 상승과 하락, 회복의 사이클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1 주택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마음이 굳어졌다. 그래서 네이버부동산과 호갱노노에 들어가 신규 매물과 실거래가를 살피며 어서 나에게도 좋은 물건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돌이켜 보면 당시 나는 1 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도 아니고, 무주택자라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데 그저 사고 싶다는 의욕이 앞섰다. 좀 더 관망하다가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르면 좋았겠지만, 부동산 초보가 그걸 알 리가 있나. 앞으로 살아가며 어떤 상황이든 조급함이 아닌 여유로운 태도를 갖춰야겠다. 여유가 멋이고 힙인 거 같다.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고 한 달 정도 지난 토요일 오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삼성 부동산이에요. 급매물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사모님~ 30평대인데 육억 삼천이에요. 엊그제 20평 대도 육억천에 거래돼서 이 가격이면 괜찮아요. 거실이랑 작은방 확장 됐어요. 오늘 시간 되시면 집 보러 나오셔요"
"오오오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여행 중이라 이번 주말은 어렵고, 혹시 다음 주 평일 저녁에 시간 괜찮을까요?"
"네 사모님. 음 집 보러 오는 사람들 있긴 한데. 흐음 그럼 월요일 저녁으로 시간 잡을까요? “
“네!! 월요일에 바로 가겠습니다! 연락 주셔서 정말 감사해여!!!!"
전화를 끊고도 급매물이란 말에 좀처럼 흥분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박 급매물이라니! 내가 이런 전화를 받는 날이 오다니! 혹시 부동산 사장님의 숨겨진 매물인가 싶어 네이버부동산에 들어갔더니 그건 아니고, 다른 부동산에서 오늘 날짜로 신규 등록한 매물이었다.
34평, 6억 3천.
전세 안고 매매, 관리 잘 된 깔끔한 집,
로열동 가운데 라인
기전세 보증금 4억 4천
매매가 6억 3천에 전세금 4억 4천이면, 갭 투자금이 1억 9천만 원이다. 이 가격이면 부동산 취득할 때 납부해야 하는 각종 세금과 복비를 내고도 여유가 있다.
집을 보기도 전인데 벌써 내 마음은 매수로 기울었다. 20평 대도 5억 후반에 거래되는데, 30평대가 6억 초반이라면 분명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3층인 게 아쉽긴 하지만 1, 2층 아닌 게 어디야.
월요일에 퇴근하고 집을 보러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내 마음은 "웬만해선 산다'였다. 집의 큰 하자가 없으면 살 마음을 먹었다. 전날 부모님께 결심을 말씀드리니 내가 어련히 잘하겠지만 부동산은 신중하게 사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부모님 말씀도 맞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결단력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 관련 책도 읽고, 임장도 많이 다니며 부동산 공부를 많이 했어도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마음을 먹으며 아파트가 위치한 OO역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OO 아파트 검색은 많이 해봐서 OO 아파트 임장글을 많이 봤지만 직접 온 것은 처음이었다. 부동산에 들어가 인사를 드리고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조금 수다를 떨다가 집을 보러 나섰다.
+ 요새는 부동산 사장님 책상에 숨어있는 급매물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연락은 먼저 받을 수 있지만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되니 수시로 손품 팔며 신규 등록된 매물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발 빠른 사람이 선점하는 것.